[공감] 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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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환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파이 이야기〉로 잘 알려진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은 국가를 이끄는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며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 데 문학 작품만큼 좋은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유아와 초등 시기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고, 중·고교에서 국어 지문들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접한다.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공교육 체계에서 문학은 중시되며, 발달단계에 맞는 문학 작품을 읽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대학 교양교육에서도 문학은 중요한 위치에 있고, 인류에 공헌한 인물을 기리는 노벨상도 문학상의 위상이 높다. 이는 얀 마텔의 생각처럼, 세상 이치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상상력을 위해 문학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든 사회를 이해하고 통찰하며, 인간다운 감성을 구축하는 데 문학만큼 중요한 것은 드물다.

인류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아직 석기시대 살고 있을지도

문학은 사회 구조를 조망하고

지식과 기술 사용 방향 제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상상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문득 깨닫는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의 실수를 우리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음을. 좋은 문학 작품은 거울과 같아 우리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읽으며 동시에 자신을 읽게 된다. 잠들기 전 책을 들어 몇 쪽이라도 읽는 순간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곳에 있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문학은 내가 남이 되어보는 연습이 되고, 이 즐거운 연습으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른다. 경험은 소중하나, 자신을 가두는 우물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만날 때마다 한 번의 삶이 더해진다. 문학으로 타인의 경험을 더해 넓혀지지 않은 삶, 오직 자기 경험에 기대 한정된 삶을 사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아이들도 읽을 만한 짧은 우화소설이지만, 권력의 부패와 이상의 왜곡, 국가의 파멸 과정을 낱낱이 읽어낼 수 있다. 특히 언어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오용되는지를 잘 보여주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사욕에 눈먼 정치인들의 교묘한 선동을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아픈 역사를 관망하지 않고 감각하며,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통찰을 키운다. 통찰은 대상을 꿰뚫어 보는 힘이며, 드러난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천착하는 지혜를 키우게 한다. 그래서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건 예방 접종이다. 문학은 인간의 아픈 과거를 감각하도록 만든 백신이며, 덕분에 과거가 현재를 예방한다. 그냥 과거가 아니라 스스로 지각한 과거만이 현재의 비극을 예방한다. 애초 감각이 없으면 지각도 없으니.

노스럽 프라이는 〈문학의 구조와 상상력〉에서 문학의 핵심 역할이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특히 교육적 측면에서 문학 작품으로 바람직한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의 왜곡된 상상력으로 빚어낸 꿈이 우리에게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꿈꾸도록 하는 힘이 상상력이다. 인류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석기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문학은 사회 구조를 조망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유추하는 상상력을 교육함으로써 지식과 기술이 사용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수 있으나, 그것이 어떤 세상이어야 하는지 상상하는 힘은 문학으로 길러진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상상력, 그 힘을 믿는 이들에게 문학은 여전히 쓸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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