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기차가 주인공인 뮤지컬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아트컨시어지 대표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약 20편의 뮤지컬을 작곡했다. 초창기 작품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는 뮤지컬 무대를 넘어 영화로도 제작돼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흥행작임에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하나를 꼽는다면 1984년 만들어진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를 들 수 있다.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는 트레버 넌의 연출로 1984년 3월 런던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2002년 1월까지 7406회 공연 기록으로, 당시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공연 역사상 5위에 랭크 되는 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8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 뮤지컬 대작 중 하나이다. 특히 독일 보훔 전용 극장에서는 1988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35년 넘게 장기 공연을 이어 오고 있다.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차가 주인공이란 점이다. 유럽인들에게 기차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여서 전 연령층에 인기가 있다. 기차 경주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어서 출연진 전원이 기차 분장을 한 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연기와 안무를 펼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무대와 객석 상당 부분이 레이스를 위한 트랙으로 메워져 있다. 이 점이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인 동시에 쉽사리 무대에서 공연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와 객석 상당수를 레이스로 만들어야 하기에 전용 극장이 불가피하고, 기존 극장을 개조할 경우 레이스를 위한 트랙이 객석 수 상당 부분을 잠식시켜서 손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런던 최고의 화제작은 웸블리 파크 극장에서 지난 6월 개막한 뮤지컬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이다. 2012년 영국 투어 당시 단 10회 런던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오픈 런 장기 공연은 2002년 막을 내린 이후 22년 만이다.
필자도 독일 보훔에서 몇 차례 관람한 적 있지만, 본고장인 런던 무대에서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명불허전 웨버 음악이 더해져 흥미진진했으며, 다이내믹한 기차 레이스를 뮤지컬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출연진은 원작의 독일 고속철 이체(ICE), 프랑스의 제베(TGV), 일본 신칸센 그리고 주인공인 러스티(영국의 증기기관차)에서 증기기관차는 그대로 둔 채 디젤기관차와 미래형 전기기관차와 수소 연료 기관차 등으로 캐릭터가 바뀌었다. 환경과 미래 에너지를 반영한 트렌드가 작품에도 반영된 것이다. 관객 중 상당수가 조손이 함께 뮤지컬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세대를 넘어서 한 작품을 사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