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홍수·붕괴 참사와 전면전… 기후 위기 대응 선두주자 [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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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 플로리다 브로워드 : 허리케인과 해수면 상승에 맞서다

세계적 휴양지 마이애미 인근
이상기후 탓 매년 폭우 침수
해수면 상승 지반 침하 지속
20년 새 홍수 310%나 급증
플로리다주·중앙 정부 손잡고
도시 생존 위한 백년대계 구축
교량 개선 등 872억 지원 받아
‘기후회복력 위원회’ 정책 앞장

지난해 6월 100여 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모습(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청 인근 해변 그로브 마리나에 계류된 요트들이 태풍을 앞두고 ‘요트 주차장’으로 옮겨진 모습. AFP연합뉴스·곽진석 기자 지난해 6월 100여 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모습(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청 인근 해변 그로브 마리나에 계류된 요트들이 태풍을 앞두고 ‘요트 주차장’으로 옮겨진 모습. AFP연합뉴스·곽진석 기자

이제 ‘기후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 기후는 세계적인 과제이면서도 당장 한 도시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선 기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중 미국 플로리다주 브로워드카운티는 지구촌 기후 위기 대응 선두주자로 꼽힌다. 북대서양을 접한 브로워드카운티는 기후 전면전에 돌입한 지 오래다. 강력한 허리케인과 홍수, 서서히 토지를 잠식하는 해수면 상승을 상대로 이들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힘들고 어려운 길에 들어섰다” 브로워드카운티 산하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브로워드카운티는 플로리다주, 미국 정부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도시 구축에 손을 맞잡았다. 수조 원을 넘나드는 막대한 예산 지출에 정치인을 비롯한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도시의 존망이 달려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브로워드카운티. 이곳은 플로리다주 남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인근에 마이애미시 등 휴양지를 끼고 있다. 이곳의 할리우드 비치와 마이애미 비치는 브로워드 카운티 우측 해안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할리우드 비치에서 마이애미 비치 남단까지는 약 20km 거리로 끝없는 해안가가 이어진다. 해변 반경 50m 내에 수십 채의 주택과 호텔이 포함될 정도로 시민 생활권은 바다와 인접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인 이곳에선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악몽 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이상기후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시간당 2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 활주로가 침수됐다. 이 같은 폭우는 500년에 한 번꼴로 오는 수준이다. 4시간 만에 플로리다주 전역 주택가가 침수됐다.

마이애미 비치 위쪽에 위치한 서프사이드 타운에서는 3년 전 12층짜리 아파트(챔플레인타워 사우스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0여 명이 숨졌다. 잦은 허리케인과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지반 침하 현상도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순간적인 폭우와 이상 기후가 쌓아 올린 참변인 것이다. 플로리다주 남단 마이애미시의 홍수 발생률은 지난 20년간 약 310%가량 급증했다.

세계 어느 해안 도시가 그렇듯 기후 위기는 시민 생명과 직결된다. 플로리다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한반도와 유사한 모양을 띠고 있다.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이상 기후에 대해 “플로리다주의 폭우는 기후 변화의 경고이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전국 곳곳에 닥칠 기후 위기 위협 정도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폭우와 홍수, 해수면 상승은 궤를 같이한다. 해수면 상승은 서서히 해안과 땅을 집어삼킨다는 점에서 비교적 위기 인식이 덜하다. 미국 ‘참여 과학자 모임’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애미 남단 플로리다 키스 제도는 향후 20년간 해안 인근 사유지의 45% 이상이 침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심인 마이애미 비치 인근 침수 가능성은 무려 20%에 달한다. 참여 과학자 모임 소속 기후 복원력 담당 부이사 조이 미들턴 씨는 “해수면 상승과 폭우, 홍수는 개별적인 게 아니다. 같은 속도로 함께 강해지고 있는 융합체와 같다”며 “어떤 도시가 먼저 큰 피해를 받냐의 문제고, 결국은 모든 해안 국가와 도시가 직면할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기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60곳에 대한 연안침식 실태조사 결과 43%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부산만 해도 연안 침식 심각 비율이 44.4%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한발 빨리 나섰다. 이상기후가 위협 정도를 넘어 속속 참사로 이어지면서 ‘기후 대응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예산 또한 기후 대응 백년대계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쏟아부었다. 마이애미시를 비롯한 브로워드 카운티 소속 지자체는 지난해 9200만 달러(한화 1214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여기에 브로워드카운티는 홍수 완화와 물 관리 개선 등을 위한 비용으로만 6600만 달러(한화 872억 원)를 받았다. 이들 예산은 교량 개선, 정화조·하수구 전환, 격벽 설치, 빗물 저장 인프라 설치 등에 투입되고 있다. 주정부는 ‘복원력 있는 플로리다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선제적으로 배정·투입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위한 행정 지원도 철두철미하다. 마이애미시는 지난 2019년 시 소속 해수면 상승위원회와 워터프론트 자문 위원회를 ‘기후복원력 위원회’(위원회)로 통합 출범했다. 전문가와 공무원,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기후위기 전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한다. 회의는 매달 열리며 지난 9월에는 마이애미시 일대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맹그로브 숲을 심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위원회에 청소년 의원을 두고 각 학교에 기후위기 내용을 알리는 조례도 발의됐다. 청소년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자는 차원이다. 올해 1월 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된 도시계획 전공 교수 출신의 에이런 드메이어 씨는 “지속가능한 도시 구축의 최우선 과제에 이제 ‘기후’가 빠질 수 없다”며 “현세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보존”이라고 강조했다. -끝-

플로리다(미국)=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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