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악성 민원" 부산 청년 공무원 75% 퇴직 고려
31일 수영구청 구민 홀에서 부산청년공무원대회 열려
이날 청년 공무원 200여 명 저임금, 악성민원, 불필요한 행정 등 토로
전문가 “청년 공무원 사로잡을 획기적 정책 필요” 조언
“첫 월급을 받았는데, (급여가 너무 적은 탓에)처음에는 수당인 줄 알았다.”
31일 오후 2시 부산 수영구청 2층 구민 홀. ‘제3회 부산청년공무원대회’의 발표자로 나선 공무원 신 모 씨는 ‘쥐꼬리 임금’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결혼했다는 다른 공무원도 “급여가 낮아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청년 공무원들은 최저 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처우에 암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부산지역 젊은 공무원의 공직 사회 이탈이 가속하는 가운데 MZ세대 공무원의 시각으로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토로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들은 낮은 임금, 악성 민원, 불필요한 행정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으면서 개선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가 개최한 이날 대회에는 20·30대 부산 청년 공무원 200여 명이 참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인사혁신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산에서 자진 퇴사한 30대 공무원은 112명으로, 2020년(58명)과 비교해 배 가까이 늘었다. 20대 공무원 퇴사 수도 같은 기간 36명에서 49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부산지역 청년 공무원 넷 중 세 명 꼴로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공무원노조가 지난달 부산지역 기초 지자체에 근무하고 있는 20·30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919명 중 2196명(75.5%)이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퇴직을 고려하는 주요 이유로 △낮은 임금 △악성 민원 △불필요한 행정 등을 꼽았다. 정부는 내년 공무원 임금을 3%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공무원 9급 1호봉 급여는 여전히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 8월 금정구청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지는 등 악성 민원 대책도 실효성 없이 쳇바퀴를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도하고 무분별한 비상근무와 행사 동원, 불필요한 회의 등 비효율적 행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뒤따랐다. 참가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낮은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 “악성 민원의 욕설과 폭행 위협 없는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라”, “불필요한 행정을 폐기해 저녁과 주말 휴식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공직 사회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이탈이 가속화하면 행정의 경쟁력과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 공무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붙잡을 파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회식 문화를 없애고 자유로운 연가를 보장하는 수준의 근무 환경 개선으로는 부족하다”며 “청년 공무원들의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과 요구사항을 파악해 이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