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먹이에 도심 출몰 잦아… 가을철 멧돼지 주의보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서 난동
30대 팔 부상, 전문 엽사가 사살
뛰거나 소리치면 공격 위험 커
시설물 이용해 숨고 신고해야
경남 양산 도심으로 내려온 멧돼지가 부산도시철도 역사 안으로 들어가 난동을 부리면서 시민 1명이 다쳤다. 멧돼지는 주로 가을철 짝짓기와 먹이 활동 등을 이유로 도심에 자주 출몰하는데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관계 당국은 멧돼지를 마주쳤을 경우 뛰거나 소리치지 말고 주위 시설물을 활용해 침착하게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일 부산교통공사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4시 45분께 경남 양산시 동면 한 음식점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했다. 이 멧돼지는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있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 2층으로 들어가 역사 안에서 난동을 부렸다.
멧돼지 난동으로 인해 3층 화장실에 있던 30대 남성이 오른팔을 물려 병원에 이송됐고 4층 도시철도 고객센터 유리문이 깨졌다. 다친 남성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 엽사가 출동해 오후 5시 45분께 멧돼지를 확인 사살했다. 멧돼지는 몸길이 약 1.5m 크기로 무게는 100kg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멧돼지가 부산도시철도 인근에서 발견된 적은 있어도 역사 안까지 들어온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멧돼지의 경우 번식기를 앞둔 가을철과 봄철엔 활동이 왕성해져 도심에 자주 출몰한다. 특히 가을철에는 월동을 앞두고 충분히 먹어 체내에 영양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 서식지인 산에는 먹이가 부족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 도심에 출몰하는 일이 잦아진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 유해조수 기동포획단이 포획한 멧돼지 총 803마리 중 가을철인 10월에 포획한 개체 수만 110마리로, 1년 중 가장 많은 멧돼지를 포획했다.
부산에는 특히 도심 내에 산이 많아 멧돼지가 다른 지역보다 더 자주 발견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기장군이나 강서구, 경남 양산, 울산 등지에서 서식하던 멧돼지가 산악 지형을 거쳐 부산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도 멧돼지를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방당국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방당국과 지자체는 멧돼지를 발견했을 때 뛰거나 소리치면 멧돼지가 놀라 공격할 위험이 큰 만큼 뛰거나 소리치는 등 주의를 끌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멧돼지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치거나 불빛을 비추면 위협을 느끼고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멧돼지와 가까이 마주쳤을 때는 등을 보이고 뛰거나 소리치는 행위를 절대 금지해야 한다. 일정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 멧돼지를 마주쳤을 경우에는 침착하게 나무나 시설물 등을 이용해 숨어야 하고 곧바로 112나 119로 신고해야 한다.
부산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등산객들은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하고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며 “포획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하는 게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있고 멧돼지 포획 예산을 매년 확보하고 있다. 시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