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집 대출 때 정해준 법무사, 등기 비용 비싸”
부산 모 은행·법무사 간 협약 탓
주담대 과정 선택권 박탈 주장
은행 측 “등기 잘못 땐 수억 손해
책임 명확히 하려면 어쩔 수 없어”
부산 시민 A 씨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고 부산의 B은행 한 지점을 찾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근저당권 설정’과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가 필요했는데, 은행 측은 협약을 맺은 법무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라고 했다. A 씨는 “은행에서 지정한 법무사에게 업무를 맡기면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며 “그렇게 했더니 예상보다 비용이 2배 정도 들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진행하며 협약을 맺은 법무사에게 관련 업무 처리를 유도하면서 고객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해 부당하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은행이 지정한 법무사가 차질 없이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B은행의 경우에도 주택담보대출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지점마다 보통 법무사 2~3명과 협약을 맺고 있다. B은행은 ‘근저당권 설정 등기’ 업무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고, ‘소유권 이전 등기’ 처리는 고객이 비용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약을 맺은 법무사들은 서류 처리 등도 수월하게 진행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은행과 협약을 맺은 법무사가 소유권 이전 등기 처리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은행과 협약을 맺은 법무사가 업무를 넘겨받으면 사실상 크게 협상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 법무사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 업무에서 그나마 법정 보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은행이 협약을 맺는 법무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근저당 업무 처리 등에서는 법정 보수 밑으로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부산 한 법무사는 “일부 법무사는 근저당권 설정 업무 등에 낮은 비용을 받으면서 은행이랑 거래하는 걸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과 협약을 유지하며 관련 업무를 맡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일거리를 다 들고 가는 상황이라 부산 법무사들 한 달 사건이 크게 줄어들어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소유권 등기 이전 업무에서 제값을 받으려 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등기 비용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기 어렵다며 법무사와 협약을 맺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B은행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등기 업무는 협약을 맺은 법무사에게 처리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근저당 설정은 협약을 맺은 법무사들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 등기 서류 등을 잘못 처리하면 최소 수억 원대 채권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협약된 법무사가 아니면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