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레오스 카락스·류준열… 프랑스 거장과 한국 배우 만났다
9일 오후 신작 ‘잇츠 낫 미’ 무대
영화·연출·연기 등 여러 이야기
“신작, 감독의 에세이 같은 작품”
프랑스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한국 배우 류준열이 부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BIFF ‘잇츠 낫 미 레오스 카락스X류준열’ 오픈토크 무대에 올라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영화제 후반부에 접어들며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던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은 이날 두 사람의 등장에 다시 활기를 띄며 축제 분위기를 냈다.
두 사람은 약 45분간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연출과 연기, 영화 인생 등을 두루 이야기했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 전 류준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작품 ‘잇츠 낫 미’는 올해 BIFF 아이콘 부문에 초청됐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2021년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된 ‘아네트’를 들고 부산을 찾은 지 3년 만에 다시 영화의 바다를 찾았다. 감독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1992년), ‘나쁜 피’(1994년), ‘소년 소녀를 만나다’(1996년), ‘아네트’(2021년) 등에서 개성 있는 연출을 선보인 프랑스 거장 감독이다. 감독은 “프랑스 갤러리가 10분 정도 전시에서 공개할 수 있는 자화상 같은 작품을 부탁했다”며 “전시 자체는 여러 이유로 잘 안 됐지만, 10분이었던 것이 점점 길어지며 이 작품으로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이번 감독의 신작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좋았다”며 “감독님의 에세이이자 일기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나도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쓴다”면서 “원하는 방식대로 나열하다 보면 이런 작품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에 대한 작품을 만든다면, 나 역시 사랑 이야기일 것 같다”면서 “다만 감독님의 작품이 어둡고 염세적이라면, 나는 낙관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줬던 경험을 이야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감독은 “어릴 때부터 TV에서 뭔가를 볼 때 배우들 뒤에 있는 감독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누가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보여주는 것인지 궁금했다”며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를 많이 봤고, 그 영화들을 통해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류준열은 “영화와 사진을 작업하는 태도에 있어서 스포츠 선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한 경기 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의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