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입에 휘둘리는 여권 “이게 보수의 현 주소” 자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동훈 공격 기사 요청 김대남 전 행정관
“韓, 김 여사에게 무릎 꿇고 사과” 발언도
경남 김영선 공천에 관여했다는 명태균
“윤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추천” 주장까지
대통령실 “김 여사와 소통 없었다” 해명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 씨 간 금전 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 씨 간 금전 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남과 명태균이라는 두 인물이 여권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인연도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을 쏟아내면서 현 정국에서 ‘태풍의 눈’이 됐다.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 출신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인 경남의 정치권 외곽에서 활동하는 명태균 씨에게 휘둘리는 현실이 보수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김대남, 좌파 언론에 한동훈 공격 사주

김대남 씨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좌파 인터넷매체인 서울의소리에 한동훈 대표를 공격하는 기사를 쓰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66년생인 김 씨는 현진도시개발이라는 건설업체를 경영하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발을 디뎠다. 지금은 한 대표의 최측근이지만 대선 때 윤석열 캠프의 정무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윤공정’이라는 팬클럽 관계자로부터 캠프 내에 팬클럽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느나며 추천받은 사람이었다”면서 “그래서 조직본부장인 강승규(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게 연결시켜줬다”고 말했다.

그후 김 씨는 인수위를 거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지난해 10월까지 근무했다. 22대 총선 출마를 위해 용산을 떠났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후에는 나경원 당대표 경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SGI서울보증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전대 당시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 대표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대표를)치면 좋아할 것”이라고 한 대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문했다. 또다른 매체에서는 “용산은 십상시(박근혜 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김건희)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 먹는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다 얼굴마담”이라고 말한 녹취록도 나왔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7일 공개한 대화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에게)미안 죄송하다고 했다. 아주 무릎을 딱 꿇었다”고 주장했다. 사과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 가기 전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는 “그것(한 대표가 사과한 일) 때문에 (윤 대통령이)일부러 거기 가셨잖아”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윤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현장에서 만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그를 허위사실 유포 등 당헌·당규 위반 행위와 관련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법적 조치까지 검토 중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김대남 사건에는 배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벼르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김대남 사이에는 단 한 차례의 소통도 없었다”면서 “개인의 근거 없는 허풍이자 추측을 놓고 경솔하게 당정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명태균 “尹사저 수시로 방문…앉혀놓고 조언”

경남을 기반으로 정치권 외곽에서 활동해 오던 명태균씨는 김종인·이준석·오세훈·김영선 등 보수 진영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은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본인 입으로 ‘이준석 대표와의 호프 회동’ ‘안철수 의원과 후보 단일화’에 기여했다고 한다.

특히 2022년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창원의창) 때 아무런 연고도 없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도왔고, 5선 중진의 반열에 올라서게 함으로써 영향력을 과시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는 자신과 김 여사가 또다시 ‘김영선 공천’ 문제로 텔레그램 대화를 나눴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각 부처에 부정부패 문제가 너무 많아 최재형 같은 올곧은 사람이 (국무총리에)필요했다”며 “내가 그 가족들(윤 대통령과 김 여사)을 앉혀 놓고 ‘이렇게 안 하면 다 잡혀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 정부에서 자신에게 공직을 제안했다며 “이 정부가 나를 담을 그릇이 됐다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거절했음을 밝혔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아크로비스타)을 수시로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도 과시했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 측이 공천 대가로 자신의 세비 절반을 명 씨에게 급여 명목으로 매달 줬다는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자 명 씨는 “(검찰 조사)한 달이면 (대통령이)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느냐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폭로할 내용이 더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대선 때 명 씨가 국민의힘 유명 정치인과 함께 아크로비스타를 찾아온 적이 있어 대통령이 처음 봤다”며 “그 뒤로는 거의 소통이 없었다고 했다”면서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