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가을 나들이 전 '진드기 예방'은 하셨나요?
잦은 야외 활동에 감염 위험 높아
풀밭이나 수풀 우거진 곳 피하고
구충제·진드기 기피제로 예방 가능
산책 후 목욕과 빗질로 꼼꼼히 확인
발견 땐 핀셋으로 한 번에 제거해야
은행 열매·국화도 섭취하면 위험
뱀에 물리면 서둘러 병원 찾아야
청명한 하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길어진 폭염 때문에 유난히 반갑게 느껴지는 가을을 맞아 많은 반려인들이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가를 즐기기 좋은 공원에는 사람 반, 반려견 반일 정도로 산책하는 반려견들이 많다. 하지만 야외 활동이 느는 가을에는 진드기가 기승을 부려 주의가 필요하다. 풀이 많은 곳을 방문했다면 산책 후 몸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드기 매개 질병 주의해야
농촌진흥청·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의 76.2%가 가을철(9~1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진드기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활동하지만, 특히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가을철에 감염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진드기는 작은 거미류로 사람과 동물에 기생해서 피를 빨아먹고 질병을 옮기는 해충이다. 긴 풀, 마른 풀, 잔디밭 등에 서식하며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옮겨붙는다. 몸길이는 0.2~10mm로 매우 작지만 단번에 30cm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풀 근처만 지나가도 진드기에 감염될 수 있다.
진드기 매개 질병에는 바베시아증, 아나플라즈마증, 라임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이 있다. 바베시아증은 빈혈과 구토, 설사, 발작, 경련 등을 유발한다. 라임병은 관절염으로 인한 파행이나 식욕 부진, 신장 질환 등을 일으킨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신종 감염병 SFTS는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매개 질병으로 감염되면 고열, 구토, 설사,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한 논문에 따르면 감염된 반려견 상당수가 도심지의 수풀·산책로에서 참진드기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SFTS는 사람이 걸리면 치명률이 약 20%로,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반려견보다는 사람, 반려묘에게 더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진드기 매개 질병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 예방 방법은?
진드기 매개 질병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산책을 할 때에는 풀밭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진드기가 있을 만한 곳을 지나가야 할 경우엔 얇은 옷을 입히는 것이 권장된다. 매달 외부 구충제는 물론 진드기 기피제 등을 뿌리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이 잦은 반려견은 털을 짧게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책 후에는 목욕이나 빗질을 통해 반려견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으면서 진드기가 붙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특히 진드기가 잘 달라붙는 머리, 귀, 목, 발, 항문 등의 주요 부위를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한다. 털 색깔이 짙은 반려견은 특히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만약 반려견의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손으로 제거하지 말고 핀셋으로 머리 부위를 잡고 몸통과 한 번에 떼어 내야 한다. 그러나 제거 과정에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거나 터지면서 진드기가 보유한 병원체가 유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것이다.
■은행 열매 섭취도 조심
가을철 거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는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로 인해 근처를 지나가기가 겁난다. 열매는 고약한 냄새뿐만 아니라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견이 열매를 섭취할 경우 발작, 구토,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가을에 피는 붉은 꽃, 상사화의 뿌리에 있는 독성은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력하고 위험하므로 반려견이 근처에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화 나무도 독이 있어 구토, 간 장애, 설사,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 국화는 반려견의 몸에 닿기만 해도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고, 섭취 시 구토와 설사를 유발한다.
만약 반려견이 유해 식물을 섭취했다면 독성이 장을 통해 흡수되기 전에 내용물을 제거해야 한다. 보통 2~3시간 이내로 섭취한 음식 대부분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빠르게 동물병원에 방문해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섭취 후 곧바로 반응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유해 식물 성분이 흡수되며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동물병원을 방문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울러 가을은 뱀이 동면에 들어가기 전 먹이와 지낼 곳을 찾아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다. 뱀은 먹이인 곤충이나 쥐가 있는 강변 습지나 녹지에 모습을 드러내 간혹 반려견을 물기도 한다.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요령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다.
반려견이 뱀에 물리면 교상 부위의 통증, 종창, 반상 출혈 및 허약, 조직 탈락, 쇼크, 천공, 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한다. 살모사에 물린 경우 독에 의해 응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아 저혈압성 쇼크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독사도 많아 뱀에 물렸다면 최대한 빨리 동물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반려견이 뱀에 물렸다면 보호자는 빠른 처치가 가능하도록 뱀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강아지가 핥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출혈이 심할 경우 깨끗한 수건과 옷 등으로 상처 부위를 압박해 지혈해야 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