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가계 부채 고민 속 10월 인하 만지작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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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언제 내리나

빅컷 등 영향 정부·여당 인하 압력
물가 안정·소비 위축도 등 떠밀어
외국인 자금 유출 부담은 덜한 편

부동산·부채 더 뛸까 최대 걸림돌
다음 달 11일 금통위 회의 관심 집중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선제적 행보에 나선 만큼 한은도 정부·여당 중심의 기준금리 인하 주장을 더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수도권 중심의 집값 폭등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은 한은 통화정책 전환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한다. 한은 금통위의 10월 회의는 미 연준이 이날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P) 인하한 뒤 열리는 첫 번째 기준금리 결정일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4년 반 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만큼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빅컷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22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내수 진작 차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한은도 경기를 고려한 통화정책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먼저 금리 인하의 첫 전제조건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또 2%P로 사상 최대였던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이날 1.5%P로 좁혀지면서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줄어든 점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다. 미국의 긴축 완화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상승하는 집값과 급등세가 지속되는 가계부채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의 최종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8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 들어서도 뚜렷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0조 8388억 원으로, 8월 말(568조 6616억 원)보다 2조 1772억 원 늘었다. 이번 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됐고, 은행권이 잇따라 1주택자 주담대를 막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가계대출 관련 지표에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한은이 서둘러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은 11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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