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 캡틴’ 모드 탑재하고 배 안에서 가상 실험…자율운항 시험선 ‘해양누리호’ 타보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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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내부 창문 없이 LED 화면
빅데이터·AI 기술 활용 실증
올해 말 실증선에 기술 적용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제공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제공

지난 10일 울산 방어진항. 작은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해양누리호’ 안으로 들어서자 창문이 아예 없다. 대신 LED 화면이 선박 앞뒤좌우 벽면을 채웠다. 화면에서는 해양누리호 주변의 풍광이 송출됐다. 이밖에 선박에는 GPS(위성항법장치), CCTV, 레이더 등도 장착됐다. 한 쪽에서는 화면을 통해 시설물 충돌회피 시험이 진행 중이다. 김동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운항선박실증연구센터 기술원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자율운항 시스템을 현실에 적용해서 충돌회피 시험을 할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가상 선박을 투입해 회피 시나리오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내부. 송현수 기자 songh@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내부. 송현수 기자 songh@

해양누리호는 울산 해역을 운항하는 자율운항 해상 테스트베드 시험선이다. 길이 26.5m, 폭 5.4m, 총톤수 69t(톤)으로 최대 20명이 승선할 수 있다. 배에는 원격제어와 AI(인공지능) 항해가 가능한 다중제어모드, 자율운항을 위한 각종 최첨단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를 통해 자율운항 신기술을 검증하고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자율운항 선박은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융·복합 기술을 통해 선원 없이도 스스로 최적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현재 자율운항 선박 해상 테스트베드 시험 해역은 통항량, 해상사고 등을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 해양누리호는 울산 남구 장생포항과 동구 자율운항 선박 성능실증센터 앞 해역을 오가며 실증을 진행 중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세계 유일 자율운항 선박 육·해상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운영 중인 가운데, 그 중 한 축인 ‘자율운항선박 실증연구센터’(울산 동구 고늘로 소재). KRISO 제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세계 유일 자율운항 선박 육·해상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운영 중인 가운데, 그 중 한 축인 ‘자율운항선박 실증연구센터’(울산 동구 고늘로 소재). KRISO 제공

KRISO는 세계 유일 자율운항 선박 육·해상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2022년 준공된 자율운항 선박 성능실증센터는 자율운항 선박의 운항·기관 상태를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비롯해 관련 기술 실증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임근태 센터장은 “해양누리호는 2022년 7월에 건조된 이후 주요 테스트를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자율항해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쯤 시험선에서 테스트했던 각종 알고리즘과 장비를 실증선에 적응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을 위해 2020년부터 내년까지 6년간 약 12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능항해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운용기술 개발, 성능실증센터 실증 등을 진행 중이다.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 무인 또는 원격제어 기반의 운항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갑판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들. 해수부 제공 자율운항선박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 갑판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들. 해수부 제공

한편 현재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자율운항 선박’인 18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 컨테이너선이 인천, 부산, 중국 상해, 베트남 호치민, 태국 방콕 노선을 운항하며 실증 작업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해양누리호의 알고리즘이 이 실증선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국제표준 마련 등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양을 넘나드는 대형 자율운항 컨테이너선을 만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IMO는 MASS(자율운항선박)의 기술수준을 대양은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IMO 레벨3’, 연안과 항내는 선원이 승선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IMO 레벨2’를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레벨3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인 레벨4의 바로 아래 단계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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