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까지 갈라치는 대통령, 협치·국민통합 외면 안 돼
8일 관저 만찬에 “친한계 배제” 목소리
국회와 국민에 대승적 자세 견지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관저에서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등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한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친윤’계만 챙긴 모양새가 됐는데, 정치권에선 이른바 윤-한 갈등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부인하지만, 이번 일은 이미 정치적 이슈로 비화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젠 여권까지 갈라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밥 한 끼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가 그리 예사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의문은 충분히 이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지난달 30일의 만찬 회동을 계획했으나 추석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추석 민생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당시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한 대표와의 예정된 공식 만찬은 연기해 놓고 이번에 ‘친윤’계 인사들 위주로 따로 만찬을 가졌으니, 윤-한 갈등의 앙금 이외에 달리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권의 설명대로 윤 대통령이 다양하게 의견 청취 노력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이처럼 어긋나는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도 불편하다.
그런 불편함은 여당을 넘어 국회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 야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윤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정도가 지나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거부는 차치하더라도, “잘하든 잘못하든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식의 언급은 처음부터 국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부 수반의 이런 모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12번째 정상회담에서 물꼬 튼 한일 관계에 후퇴는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기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에 많은 공을 들였고, 세간의 비판에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포용했다. 우리 강토를 강점했던 일본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국회와 국민에 대승적 자세를 견지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윤 대통령은 소통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지금 윤 대통령은 소통은커녕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 여론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회를 불신하고 여론을 안 따르겠다면 누구와 협치하고 누구를 위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가. 자문해 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