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 대 ‘골든타임’ 지역별 통합 속도 차… 관건은 주민투표 [행정통합 급물살]
부산·경남 행정통합 어떻게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
‘찬성 53.7%’ 시민 공감대 확인
13일 회의 뒤 최종 의견서 제출
‘상향식 행정통합’ 신중론 여전
대전·충남 전남·광주 ‘속도전’
“지방선거 놓치면 어려울 수도”
김경수 “준비된 지역 먼저 지원”
2024년 11월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시와 경남도가 시민 공감대를 확인하고 행정통합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합의 속도가 관건이 됐다. 부산·경남은 원칙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전·충남과 전남·광주는 지방의회 의결을 통해 당장 7월 통합을 추진한다.
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시와 경남도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오는 13일 회의를 거쳐 최종 의견서를 시장과 도지사에게 제출하면 조만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행정통합 준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견서에는 행정통합 찬성(53.7%)이 반대(29.2%)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난 시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행정통합 특별법의 초안 등이 담긴 부산연구원·경남연구원의 공동 연구용역 결과가 포함된다.
특히 양 시도는 행정통합의 법적 근거이자 권한 이양과 특례 조항을 담은 특별법안을 만들고, 정부를 상대로 특례를 협상하는 과정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주민투표를 거쳐 최종 통합 여부를 결정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양 시도는 지난해 11월 공론화위 출범 당시부터 시도민 중심의 상향식 행정통합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특별법 제정과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통합자치단체 출범 시점은 이르면 2030년 지방선거 이후로 점쳐졌다.
반면 대전·충남과 전남·광주는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을 뽑는다고 선언하고 주민투표 대신 시도의회의 의결을 통해 행정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할 때 주민투표를 실시하거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통합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할 수도 있다.
대전·충남은 지난해 11월 민관협의체 발족을 통해 행정통합을 시작했고, 대전·충남 시도의회 의결을 거친 뒤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전남·광주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이날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남도는 오는 8일 의원 전체 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의회 동의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두 지역은 행정통합의 ‘골든타임’과 주민투표의 비용·시간을 이유로 든다. 강 시장은 시의원 간담회에서 “6월 3일 지방선거 시점을 맞춰 추진하는 이유는 이 시기를 놓치면 통합 자체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조건이 형성돼 있어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 5일 신년 브리핑에서 주민투표 시행 여부에 대해 140억 원 정도 소요된다는 행정안전부 예상을 들며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균형발전 전략을 강조했고 대전·충남에 ‘지방선거 때 통합 단체장 선출’이라는 시점까지 제안하면서 행정통합 속도전에 불을 붙였다. ‘5극 3특’ 정책 사령탑인 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시도 간 행정통합과 권역별 초광역 연합은 선택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라며 “준비된 지역, 먼저 협력하는 지역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2004년 주민투표법 제정 이후 주민투표를 통한 행정통합 사례는 2014년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이 유일하다. 당시 청원군은 주민투표를 했고, 청주시는 시의회 의결을 거쳤다. 앞서 2010년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경우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동의로 통합 창원시 출범을 결정했다.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교수는 “행정통합은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뿐 아니라 조직과 재정, 세제 등 선결 과제가 만만치 않고,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균형발전을 담보할 특별법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치권 주도로 절차적 정당성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행정통합은 후유증만 남길 수 있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