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의외의 곳에'…만성 통증, ‘공범’까지 찾아야 제대로 잡는다
[연관통의 원리와 통합치료]
턱 관절→두통·심장→어깨 통증
뇌가 신경 경로 공유 신호 착각
원인과 통증 부위 다르게 인식
다양한 자극원 치료 병행 효과
방치하면 2차성 과민 증상도
척추 건강·스트레스 관리 핵심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특정 질환의 치료나 수술을 받은 뒤에도 계속되는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통증이 실제 원인 부위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현상 전반을 연관통이라고 한다.
당당한방병원 연산점 성진욱 병원장은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에 통증 유발점이 있을 가능성은 30% 이하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연관통은 생각보다 흔한 통증 양상이지만 진단이 쉽지 않아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고 설명한다.
■의심할 만한 부위·기관은
연관통은 '뇌의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뇌가 실제 통증이 있는 부위가 아니라 같은 신경 경로를 공유하는 다른 부위를 아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장기의 문제가 같은 신경을 지나는 전혀 다른 근육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승모근의 통증 유발점은 두통과 비슷하게 목과 머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어깻죽지 안쪽에서 팔로 내려오는 통증은 목 옆 사각근에 근원을 둔 연관통일 때가 많다. 좌골 신경통과 유사한 다리 아래 통증의 원인이 엉덩이 안쪽 깊숙이 있는 소둔근처럼 먼 부위에 있을 때도 있다.
특히 허리에 문제가 있다면 연관통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골반이나 사타구니, 고관절, 무릎, 발목, 정강이 등 허리와 연결된 근육과 피부 부위 전반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과 질환도 연관통을 동반한다. 오른쪽 어깨가 아프면 간과 쓸개, 목 앞 부위 통증은 폐의 문제일 수 있다. 왼쪽 어깨는 심장과 관련이 있다. 왼쪽 어깨부터 날개뼈, 팔 안쪽, 새끼 손가락까지 짜릿할 수 있고, 날개뼈 사이 등쪽도 이어질 수 있다. 오른쪽 등과 허리의 통증은 췌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허리 뒤쪽 통증은 양쪽 신장과 관련이 있어서 신우신염이나 신장결석, 요로결석이 원인일 수 있다.
■복합적 원인 같이 봐야
연관통은 원인이 되는 공범이 여러 명일 수 있다. 수술이나 치료로 큰 원인을 잡아도 남아 있는 다른 원인들 때문에 연관통이 지속될 수 있다. 연관통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2차성 통각 과민 증상이 나타나 작은 통증을 크게 느끼거나 통증의 성격 자체가 변질되기도 한다.
70대 A 씨는 허리 통증으로 2년 전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았지만, 골반과 다리 통증이 계속되고 제대로 걷기가 힘들어 한방병원을 찾았다. 협착증은 치료했지만 척추후관절이나 인대 등의 문제로 통증이 이어졌고, 여기에 무릎 통증이 더해져 허리의 작은 통증도 크게 느끼는 상황이었다. A 씨는 허리와 무릎 치료를 병행해서 받고 호전됐다.
20대 B 씨는 등 통증으로 주사와 물리치료, 침 치료 등을 받았지만 통증이 여전했다. 재상담 결과 B 씨는 불닭볶음면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고 속이 불편한 증상이 있었다. 내시경 검사에서 출혈을 동반한 급성 위염이 발견됐고, 위염을 치료하자 등 통증이 개선됐다.
성진욱 병원장은 "연관통의 자극원은 척추, 무릎, 턱 관절, 연부조직, 내과 문제 등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통증 신호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부위의 치료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관통이 초기일 때는 원인 부위만 치료해도 되지만 2차성 통각 과민 증상이 생기면 새로운 통증의 경로가 설정되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과 연관통 부위, 즉, 통증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방 통합치료 어떻게
양한방 통합치료적 접근은 연관통의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양방의 영상진단과 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을 찾고, 한의사가 초음파나 영상으로 찾기 어려운 근육과 근막, 인대 등의 문제를 손의 감각으로 찾기도 한다. 의사와 한의사의 치료에 도수치료나 전기치료를 병행하면 근막과 심부 근육, 관절에서 비롯되는 연관통의 자극원을 제거하는 데 효율적이다.
한약과 침으로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도 핵심이다. 소화장애나 식후 포만감, 설사, 변비 같은 장 문제는 통증을 더 증폭시킬 수 있어 만성 통증 치료에서 특히 중요하다. 추나요법은 척추에서 장기로 연결되는 신경 압박을 해결해 내장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바른 자세와 스트레스 관리는 연관통 치료와 예방의 관건이다. 성진욱 병원장은 "허리 질환은 만성 통증과 연관통의 가장 흔한 원인인 만큼 평소에 올바른 걸음걸이와 자세를 유지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것이 통증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는 연관통을 악화시키고 만성통증은 우울증 같은 정서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과 취미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당한방병원 연산점 성진욱 병원장은 "연관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면 만성 통증의 고통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랜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연관통을 의심해 보되 자가진단이나 유튜브 정보에 기대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