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게임산업의 혁신 전략
한상민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글로벌게임산업진흥센터장
1972년 ‘퐁(Pong)’이 등장했을 때, 게임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측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게임 산업은 영화와 음악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놀라운 성장의 핵심에는 항상 기술 혁신이 있었다. 8비트 그래픽에서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그래픽으로, 조이스틱에서 모션 인식과 뇌파 인터페이스로 진화해 온 게임 기술은 최근 생성형 AI, Web3.0, 가상현실, 메타버스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 부산이 이러한 혁신의 물결을 타고 세계 게임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할 때다.
생성형 AI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 비서를 통한 코딩 보조와 시나리오 작업,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 콘셉트 아트 및 텍스처 제작, 3D 객체 생성 AI를 이용한 모델링 간소화 등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AI 기반 자동 콘텐츠 생성 기술은 방대한 게임 세계와 다양한 퀘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게임 세계 구현을 가능케 하며, 소규모 개발팀도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Web3.0과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 산업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게임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고 ‘GameFi’ 모델로 생태계 성장을 도모 중이다. 국내 규제로 이런 혁신 적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산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부산은 기존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Web3.0 게임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 소유권 보장,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 자동계약 체결),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을 활용한 커뮤니티 운영 등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게임에 도입해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게임의 몰입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는 독립형 VR 헤드셋으로 높은 접근성과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며, 최근 출시된 애플의 비전 프로는 혼합현실 기능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부산이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게임 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부산형 게임 생태계’ 조성이다. 센텀1·2지구에 최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 전문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28년 준공 예정인 ‘게임융복합 스페이스’를 혁신적 게임 개발의 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공간에서 생성형 AI, 블록체인,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술 등을 활용한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게임 시스템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선도를 위한 ‘UP-IN-OUT’ 전략 실행이다. 지역 기업과 인재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고(UP), 해외기업과 인재를 부산으로 유치하며(IN), 지역 게임 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OUT)해야 한다. 셋째, 규제 샌드박스 확대다. 부산의 블록체인 특구 이점을 살려 Web3.0 게임의 실험적 시도를 적극 지원하고, AI나 가상현실 게임의 안전성 검증과 관련 법규 정비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게임의 성지, 부산’ 브랜드화다. ‘지스타(G-STAR)’의 지속 개최와 함께, ‘부산인디커넥트(BIC) 페스티벌’을 다양한 실험정신을 토대로 한 최신 기술 집약 행사로 발전시켜 부산의 게임 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 알려야 한다.
2030년 부산의 모습을 그려보자. 부산이스포츠경기장에서는 AI 기반 무한 퀘스트 e스포츠 대회가, 해운대에서는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게임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몰입형 경험이 펼쳐진다. 부산 개발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의 새 기준이 되는 미래다. 이제 부산이 첨단 기술 기반 게임 산업의 새 주역으로 떠오를 때다. 기술 혁신, 인재 육성, 생태계 조성으로 부산은 세계 게임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다. 신기술이 바꾸는 게임의 미래, 그 중심에 부산이 있다. 이 찬란한 비전을 향한 여정이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