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돈마저 너도나도 상경… 블랙홀 된 서울 부동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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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비거주 아파트 매수 1396건
부동산 폭등 2020년 12월에 버금
정부 대책이 서울 급등 공인한 셈
지역과 탈동조화 현상 날로 심화
금리 내려야 지역에도 눈 돌릴 듯

부산 등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는 ‘상경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부산 등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는 ‘상경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값이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지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자 부산 등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는 ‘상경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자 오히려 서울을 향한 투자 심리는 요동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 살지 않는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거래 건수는 1396건으로 전월(1063건)에 비해 31.3%나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2월(183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지난 1월 564건에서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5월 1063건으로 꾸준하게 늘고 있다.

반면 부산 아파트를 타 지역 거주자가 거래한 경우는 지난 6월 244건으로 전월(283건)이나 올 1월(267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서울 거주민이 부산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수도 34건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위주의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상경 투자에 대한 관심도는 한층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을 정부가 공인해준 셈이니 가격이 더 뛰기 전에 물건을 잡아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부산의 한 PB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3월부터 서울 부동산 투자를 묻는 이가 늘어나 요즘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상급지에 속하는 강남3구나 마포·용산·성동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서울 아파트는 빠질 땐 적게, 오를 땐 크게 오른다는 인식이 공고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5주째 상승하는 등 급등 조짐을 보이자 이를 활용한 ‘갭투자’ 움직임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의 한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김 모(39) 씨는 최근 광진구의 한 신축 아파트를 갭투자로 구매했다. 김 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해운대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투자 가치를 고려해 서울에 갭투자를 하고 부산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전세를 살기로 했다”며 “서울은 전세가율도 높고 손쉽게 세입자를 구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당장 드는 돈은 적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소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도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가 급증하는 데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구매력 있는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서울 등 핵심지역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전문가를 섭외해 여러 투자자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짧게는 1박, 길게는 일주일씩 ‘임장’을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의 경우 도심 위주로, 수도권에서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의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단지들을 물색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전문직들이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서울에는 매매를, 부산에서는 전세를 사는 사례도 늘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증하듯 8월 둘째 주 부산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해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면 서울은 2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크게 올랐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상경 투자는 올 상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는 거의 정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나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 발표 등 당국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 부산의 상급지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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