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자가 안전하면, 부산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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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한국도로교통공단 남부운전면허 시험장 단장·공학박사

최근 서울시청 앞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로 떠들썩하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반납하거나 제한하여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가 않다. 언제든지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소중한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준다. 전국 최초로 운전면허증 반납을 제안한 남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고령운전자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교통사고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지 연령이 많다고 해서 운전면허증을 회수해야 한다는 발상은 있을 수가 없다. 최근 80대 어르신들이 여전히 인지 능력이나 신체 능력이 뛰어나 현역에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내방하신 경우도 많다. 반면에 비교적 젊은 분들이 인지능력 저하로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하여 운전면허증 반납을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전년도 기준 470만 명 이상으로 추계된다. 전체 고령자의 50% 이상이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 매년 고령자 인구는 연평균 5.3% 증가하는 데 비해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9.2% 증가한다. 고령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부산의 경우에는 2259건으로 50명이 사망했다. 안타까운 사고로 억울한 사망자가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대책이 당장 필요한 이유다. 면허 반납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야간에 운행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도 필요하다.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령자의 생계와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무작정 제한하자는 방안은 있을 수가 없다.

고령자가 원하는 것은 안전한 이동 수단이다. 지팡이에 의지해 잘 걷지도 못 하시는 어르신에게 운전면허증 반납을 권하면 “걷지도 못하는데, 운전도 못 하게 하면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며 역정을 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도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반문하신다. 전기 자전거를 타야 하니 원동기 면허만 가지고 있고 싶다는 말씀도 하신다. 면허 반납이 아니라 면허 격하를 원하신다.

고령자와 함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초고령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안전한 이동 수단이 있어야 한다. 고령자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잘 갖추어진 대중교통도 필요하지만,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개인용 이동 수단도 필요하다. 그래서 병원도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취미 활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는 것이다. 멀리 갈 이유도 없다고 하신다. 매일 다니는 곳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그들의 최소한의 요구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여야 하는 동반자다. 기존의 운전면허에서 나아가 고령자를 위한 첨단 운전 지원 기술이 적용된 조건부 운전면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운전면허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고령자가 안전하면, 부산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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