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요새 누가 저축해요?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 기자
지난달 옛 대구은행인 iM뱅크가 큰 주목을 받았다. 지역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슈도 있었지만 연 20% 금리의 적금 상품때문이었다. 앱은 접속자가 몰렸다. 고금리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20%는 어떤 투자로도 쉽게 얻기 힘든 수익률이다.
예상대로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이 상품에 넣을 수 있는 돈은 하루 최대 5만 원이다. 기한은 60일이다. 만기를 채워도 300만 원이고 받게 될 세금을 빼면 이자는 4만 원 정도다.
아무리 20% 이자라도 갸웃하게 되는 지점이다. 사실 고객도 다 안다. 고금리에 혹해 상품을 가입하려면 우대 금리 항목들이 빼곡히 우리를 기다린다. 자사 카드도 넉넉히 써야하고 자동이체도 걸어야하고 조건이 많다. 하지만 iM뱅크의 이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물가가 치솟고 고금리로 월급으로 대출 이자 내기도 빠듯한 요즘이다. 연이자 20% 상품의 인기에는 불황의 팍팍함이 녹아 있다. 고금리 상품에 대한 갈증이다. 연 이자 3~4%대 이자만 바라보며 돈을 묵혀두는 건 ‘옛날 투자’가 됐다.
급등 주식이나 급등하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하루 수익이 10%인 상황에서 1년 진득히 3~4% 이자를 기다리는 건 무모한 일로 보이기 쉽다. 여러 투자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젊은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19세~39세 청년 가구주 중 소득대비부채비율(DTI)이 300%이상인 '위험' 지표에 해당하는 경우는 21.7%였다. 청년 4명 중 1명 꼴로 연봉 3배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투자의 정도일까. 급등하는 주식, 코인 같은 이야기의 이면도 반드시 봐야한다. 급등을 하면 다행이지만 급락주를 만나 자산을 다 잃는 경우도 곱씹어봐야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유튜브에 ‘1억’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영상이 1억 원 모으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에서는 월 264만 원씩 3년, 혹은 153만원씩 5년, 그것이 버겁다면 월 106만 원씩 7년, 어떠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그냥 저축만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댓글에는 악플도 달린다. ‘그렇게 무모한게 투자법이냐’고.
묵묵히 저축하는 투자에도 이면은 있다. 인내심, 참을성이 아니다. 성실함이다. 한 달에 일정 부분 저축을 하기 위해서는 성실한 생활이 전제돼야한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는 쉽지 않은 투자법이다.
투자에 왕도는 없다지만, 팍팍한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절제하고 지키며 하는 투자. 투자의 이면까지 살핀다면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티끌 모아 태산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