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핵심은 해양이다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부산의 최고 강점은 역시 해양
건축·금융·신산업·물류·관광 등
해양 정책 총괄 부서 설치해야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영도다리를 통해 출퇴근한다. 해운대에서 원도심 자갈치시장까지 부산의 가장 화려한 건물과 오래된 공간을 잇는 세 개의 다리를 매일 오가며 부산의 역사가 여기, 바다 위에 흐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중심에 있었다. 6·25 전쟁 당시 수도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란처를 제공했고, 전쟁 후에는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며 대한민국 위기 극복의 중심에 있었다.
부산이 가진 다양성과 혼종성은 바다와 같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포용과 억척스러움으로 삶의 밑바닥을 딛고 일어설 용기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전국 7대 광역시에 사는 20~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부산이 꼽혔다고 한다. 문제는 일자리다. 살고 싶어도 청년이 떠날 수밖에 없는 도시, 그게 지금의 부산이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도시 만들기에 돌입했다. 수도권은 뉴욕, 런던, 도쿄 등 글로벌 도시와의 경쟁에 집중하고, 부울경은 상하이, 오사카,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항만·물류·해양관광 특화도시와 경쟁해야 한다.
부산이 가진 강점, 해양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동북아시아의 교통 요충지로서 부산은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고 해양 산업의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해운업, 조선업, 수산업, 항만, 물류 등 다양한 해양 관련 산업이 집약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특히 최근 조선업의 부활과 함께 해양 금융, 해양 관광, 해양 과학기술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부산은 해양 학문 연구와 산업기술 혁신을 위한 핵심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해양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를 비롯한 부산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가덕신공항도 중요하다. 가덕신공항은 로지스틱스 인프라를 제공하며 국제적인 비즈니스 활동과 컨벤션 행사에 필수적인 입지를 제공할 수 있다. 항만, 철도, 공항을 연결하고, 해양 기업과 해양 관광 산업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글로벌 허브도시로서 부산의 비전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은 전 세계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드는 공간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부산이 해양수도로서의 기능을 넘어 인류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품는 글로벌 도시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도시 업무의 연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정부시장·경제부시장 체제에서 행정부시장·미래혁신부시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현재 부산시는 다양한 해양 관련 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보다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하다.
부산의 해양 전략을 총괄하며, 해양 산업, 해양 관광, 해양 과학기술, 수산업 등의 분야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율할 수 있는 해양 관련 정책실이 필요하다. 국제 해운 기업 유치, 해양 금융 중심지 조성, 해양 신산업 발굴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양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와의 협력,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 국제 해양 기구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부산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해양 산업과 수산업의 융합을 통해 더욱 풍부한 경제적 성과를 이루고 다양한 관광 자원 발굴 등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해양·수산 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부산은 대학과 연구 기관들을 중심으로 해양 과학기술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해양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해양 환경 보호, 해양 자원 탐사, 해양 에너지 활용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해양 건축도 빠질 수 없다. 그동안 바다를 매립해 땅을 넓혔다면 이제는 기후위기에 대비한 혁신적인 해양 건축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시에 해양의 비전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될 때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부산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 있다. 청년이 모이는 도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의 핵심은 역시, 해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