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의 크로노토프] 문화 강국을 위한 디테일
피아니스트·음악 칼럼니스트
일반적인 극장(공연장) 예절은 휴대 전화기를 끄는 것,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 그리고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과 적절한 시점에 손뼉을 치는 것 등이다. 또한 여기에는 같이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포함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이 공연장도 변했고, 공연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과거의 공연들은 국가 행사를 위한 것이나 사적으로 소소히 모여 즐기는 것, 일반인들의 거리 공연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종교에 따라 교회나 사찰도 그 중심이 되기도 했다. 산업화 이전 서양에서 음악을 즐기기 위한 전용 장소는 궁궐이나 귀족들의 성이었고, 산업화 이후는 현대식 극장과 개별적인 살롱 등이었다.
현대적 공연예술 산업의 기초를 만든 것은 1732년 설립된 영국 코벤트 가든 왕립극장(로열 오페라 하우스)이다. 여기서 최초로 입장료를 받았다. 당시의 극장은 실내조명을 객석까지 밝게 유지했다. 게다가 공연 도중에도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잡담 등으로 어수선했다. 지금처럼 엄숙주의를 표방하는 장소가 된 것은 니체가 “모든 예술을 하나의 미적 종합체로 만든 위대한 예술의 창시자”라 찬양한 바그너 때문이었다. 1876년 개관한 독일 바그너 극장(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도록 공연장의 조명을 모두 끄고 무대만 비추도록 하였다. 오케스트라 또한 무대 아래에 숨겨 관객이 무대 위의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어둠 속에서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공연장 예절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
외출할 때 준비물 챙기듯 편하게
클래식 공연장은 소리가 잘 울리도록 설계되어 작은 소리는 물론 미세한 진동까지 전달된다. 더구나 연주자들은 일반인보다 귀가 발달해 무대에서 객석의 사소한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객석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나 사탕 까먹는 소리가 들린다면 관객과 연주자 모두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다. 긴 악보를 외운 채 연주하는 경우나 미세하고 여린 소리를 내는 연주에서 소음이 들리면 연주자는 음악을 놓칠 수도 있고 제대로 감정을 실을 수도 없다. 크고 작은 소리로 비었던 공간을 채워가는 연주를 오롯이 듣는 방법은 고요함이다.
복장은 편하게 입어도 좋지만, 챙이 큰 모자나 지나치게 반짝이거나 바스락거리는 소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공연 당일은 기차를 타러 가는 것처럼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하자. 만약 늦게 도착했다면 굳이 제자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자. 공연 중에는 안내를 받아 입장했더라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빈 좌석에 앉았다가 중간 휴식시간 때 제자리를 찾아가는 배려심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공연장 에티켓에 관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연장에서 관객의 기본적 예절은 우리가 외출할 때 준비물을 챙기듯 차근차근 살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손뼉을 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대개 악장 사이의 박수는 연주의 진행과 작품의 통일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해 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경우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객석을 돌아볼 때 손뼉 치면 된다. 다른 경우는 연주자가 악기에서 손을 내리고 객석을 향할 때 친다. 공연 시작 전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꾹 참았다가 연주자가 일어나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 손뼉을 치면 된다. 가끔 마지막 음이 연주되자마자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터져 나오는 ‘안다박수’는 관객과 연주자 모두에게 민폐가 된다. 마지막 음표(쉼표)가 공연장에 울리는 마법 같은 순간을 위해 여유를 갖자.
공연이 감동적이었다면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내도 좋다. 좀 더 외향적인 관객이라면 브라보(남성 연주자), 브라바(여성 연주자), 브라비(전체)를 외쳐도 좋다. 또 커튼콜을 제외하고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지 말자.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일이다. 비염이 심하거나 기관지가 약하다면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 기침이 날 때를 대비해 작은 생수 한 병과 종이로 낱개씩 포장된 사탕을 준비하면 좋다. 사탕을 까거나 물을 마시는 시간은 악장과 악장 사이 또는 빠르고 큰 다이내믹을 연주할 때가 적절하다. 물론 기침이 너무 심해지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된다.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리듬과 화음이 영혼의 내부에 침투해 영혼을 꽉 붙들어 매고 우아함을 주입해 제대로 교육받은 우아한 영혼으로 만든다’고 했으며, 〈논어〉는 ‘시로 감흥을 일으키고, 예로 질서를 세우며, 악으로 인격을 완성한다’고 했다. 음악을 인격 완성의 도구로 본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음악을 즐기는 데는 분명 예절이 필요하다. 공연장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소한 일들이 우리가 문화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