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백색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가 설계한 솔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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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솔올미술관. 이상훈 제공 강릉 솔올미술관. 이상훈 제공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만든 공간이 국내에도 제법 만들어졌고, 계획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 있다. 초기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 정도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몇 곳 선보이는 수준이었지만, 근래에는 제법 많은 건축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도드라지는 분야가 미술관과 박물관과 같은 전시 공간이다.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 산·유민미술관·본태박물관을 시작으로 장 누벨의 삼성미술관 리움, 렘 콜하스의 서울대 미술관, 알바로 시자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헤르조그 & 드 뮈롱의 송은 아트스페이스 등이 해당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스타 건축가이자 프리츠커 수상자인 리차드 마이어에 의해 지난 14일 강릉 솔올미술관이 개관했다.

리차드 마이어의 주요 작품 역시 미술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하이 뮤지엄과 로스엔젤레스의 게티 센터가 있다. 유럽에는 독일 바덴바덴의 프리더부르다 미술관과 프랑크푸르트 장식미술관 그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현대미술관이 잘 알려져 있다.

건축계에서는 그를 ‘백색의 건축가’로 부른다. 건축물 외관을 백색으로 하고 자연광과 주변 경관을 최대한 활용한다. 백색 건축은 주변 모든 색깔의 빛을 담아내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이 공간과 건축물에 투영되도록 한다. 리차드 마이어의 ‘시그니처’이다.

지난 주말 솔올미술관을 찾았다. 현대미술의 아이콘인 루치오 폰타나의 개관 전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미술관 건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다녀올 만했다. 리차드 마이어는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불명예스럽게 은퇴했지만, 그가 만든 회사 마이어 파트너스와 그의 철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일체의 조명이 불필요할 만큼 자연광이 내부 공간 깊숙이 들어왔다. 자칫 차가울 법한 백색 마감에 온기가 더해진다. 3개의 전시실은 높은 층고의 큐브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공간을 잇는 수평, 수직 동선의 외부는 큰 유리창으로 되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외부와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솔올미술관은 미술과 건축이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콘셉트로 계획되었고, 미술, 자연, 사람이 함께하는 개방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솔올미술관 개관과 초기 운영을 맡고 있는데, 그 첫 프로젝트로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과 ‘In Dialog:곽인식’ 두 개의 개관 전시를 오는 4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이는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함께 조명한다는 솔올미술관의 비전이기도 하다. 강릉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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