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의 유행 너머] 사지 않는 선택의 시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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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미안, 나 거기 불매야.”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다. 상대도 대부분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불매는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하나의 ‘입장’이 됐다.

오는 7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도 제품의 맛이나 매장 내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직원 과로사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 운동이 그때까지 어떤 온도로 이어지느냐다.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환경·시민운동의 확산과 함께 불매 운동이 등장했다. 2019년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 불인정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시행으로 인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인 불매 운동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사지 않는 선택이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면 의사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후 불매 운동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다. 남양유업의 성차별 논란, SPC 계열사의 반복된 산업재해,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 환경 문제 등은 소비자가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직접 반응한 사례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자 반응이 이제는 매장 밖에서, 그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문제 제기가 빠르게 공유되고, 공감이 쌓이며 여론이 형성된다. 과거에는 시간이 걸렸던 불매가 이제는 하루 사이에도 확산된다. 기업이 대응할 틈조차 없이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 번 형성된 인식은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둘러싼 불매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직원 과로사 논란이라는 무거운 이슈가 배경이 되면서, 브랜드의 감각적 이미지보다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앞서고 있다. 긴 대기줄과 ‘핫플’ 이미지로 상징되던 공간이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오늘날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 사지 않는다.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을 함께 소비한다.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브랜드에 대해 사지 않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불만 표시가 아니라 일종의 윤리적 판단이다. 불매 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베이글 뮤지엄을 둘러싼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부산에서도 긴 대기줄 다시 만들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에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는 내가 사는 제품에 ‘좋은 운영’이 함께 담겨 있기를 요구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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