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BNK금융지주 흔들기 지역 금융 장악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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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의혹 제기 경영 승계 개입
정쟁 도구 삼지 말고 자율성 보장을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을 앞두고 고질적인 정치권 흔들기가 재연되고 있다. BNK금융의 경영 승계 절차가 지난 1일 시작된 이후 지역의 여권과 금융당국에서는 부당 대출 의혹과 선임 과정의 하자를 지적하며 현 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BNK금융은 민간 금융회사여서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자마자 여권이 후보군과 절차에 영향을 미치려 나선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금융사에 과도하게 개입해 인사와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이른바 ‘관치’ 악습이 겹치는 대목이다. 지역 금융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논란의 발단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BNK 회장 선임 과정을 문제 삼은 데서 시작됐다. 그는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며 필요시 수시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금감원의 ‘모범 관행’을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는 데다, 신한·우리금융도 같은 절차로 회장 인선을 추진 중인데 유독 BNK만 문제 삼은 대목은 의구심을 낳는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수장이 의심의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강경 발언을 쏟아낸 처신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BNK가 이사회 사무국 설치, 후보군 관리 등 금감원 ‘모범 관행’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밝혀 시급히 논란을 종식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경남·울산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은행의 도이치모터스 계열사 100억 대출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BNK를 압박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참여설 등 현 빈대인 BNK 회장의 친 국민의힘 성향을 의심하며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BNK 측은 대출이 현 회장 취임 전에 이뤄진 일이라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의혹에 기반한 정치적 공격으로 BNK가 홍역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국민의힘 경남 의원들의 파상 공세로 당시 김지완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한 바 있다. 정치권이 BNK를 전리품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구태다.

민간 금융회사 CEO 인선에 대한 정치적 외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권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찬 은행 최고경영자에게 지역 경제 부흥과 주민의 삶 보듬기가 최우선일 리 없다. 정치권 줄대기가 반복되는 지역 은행은 구조적 불신과 경영 불안정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근거 없는 의혹과 정치적 공격으로 BNK금융의 경영 승계 과정을 흔드는 행태는 결국 지역 경제의 혈맥을 위험에 빠트린다. 그 피해는 지역에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지역 금융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지역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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