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비 6000만 원에 감리비 2400만 원”… 과도한 감리비 논란
광주 학동 참사 이후 규정 강화
상주 감리 도입, 비용 과다 불만
건축사에 독점 지위 부여도 비판
건축사협회 “업무상 과하지 않아”
2021년 6월 광주 학동의 철거 건축물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광주 학동 참사 이후 철거 건축물에 대한 감리 규정이 강화되면서 사업주에게 감리 비용이 과다하게 청구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감리 업무를 담당하는 건축사에게 독점적 지위가 부여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많게는 150만 원의 일당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감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규정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3일 지역 건축업계에 따르면 철거 사업장 곳곳에서 감리 비용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8월부터 ‘상주 감리제’를 골자로 한 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시행했다. 건축물을 철거할 때 감리 담당자가 현장에 의무적으로 상주토록 하는 규정이다.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 참사 이후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규제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상주 감리로 인해 비용이 과다하게 청구된다는 불만이 꾸준히 나온다. 최근 부산진구에서 4층짜리 건축물 해체 작업을 진행한 A사 대표는 “15일간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각종 비용이 6000만 원 들었는데, 감리 비용은 전체 비용의 40% 수준인 2400만 원이나 나왔다”며 “하루에 감리비만 140만~150만 원 수준으로 지출되는데,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라고 토로했다.
국토부의 건설사업관리 대가기준에 따르면 건축물 해체 사업은 공사비 요율에 따르거나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라 감리 비용을 산출하도록 돼 있다. 공사비 요율 방식은 전체 공사비에서 셈식에 따라 몇 퍼센트(%)를 정해 감리 비용을 지급한다. 반면 실비정액가산방식은 직접 인건비, 제경비, 기술료, 직접경비 등 각종 실비를 더하는 식으로 계산한다.
올 초 철거를 실시한 사업주 B 씨는 “공사비 요율 방식을 채택하면 감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도, 건축사 측에서 실비정액가산방식만을 고집하며 높은 비용을 들이대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며 “철거 감리에 대한 부분은 고임금의 건축사보다 오히려 기술사 등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건축사만 이 업무를 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으니 비용의 협상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리 담당 건축사 선정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해체 작업의 감리 자격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거쳐 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한다. 부산의 경우 부산건축사협회가 지자체로부터 명부 관리 업무를 넘겨 받아 이를 대행하고 있다. 건축물 철거 사업이 해당 구·군청에서 심의를 받을 때 건축사협회가 명부에서 무작위로 1곳의 건축사를 감리로 추천하는 식이다.
사업주들은 복수 추천 방식이 아니고 지정이 된 건축사를 바꿀 수도 없기에 사업주가 건축사의 요구에 무작정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부산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감리 업무의 특성상 사업주가 여러 건축사 중에서 특정 건축사를 고르게 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리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비 요율 방식으로 감리 업무 대가를 책정하게 되면 보수가 너무 적어 건축사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감리를 하게 된다”며 “건축사의 감리 업무는 전반적인 운영 경비나 사고 발생 시 책임 비용 등을 포괄해 책정되기에 결코 과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대가기준을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일원화해서 사업주들의 혼란을 줄여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