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의 국힘 지지율, TK보다 높았다
리얼미터 실시 지난달 30~31일 조사
부울경 52.1%… 대구·경북 46.7%
“보수 과포집” 분석에 “경향성” 반론도
내년 지방선거 미칠 파장에 정가 촉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등으로 전국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며 국민의힘과 격차를 벌였지만, 부산·울산·경남(PK) 여론 지형의 분위기는 전국 상황과 다소 다르다. APEC 성공 개최의 영향은커녕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심지어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보다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최근 부산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벌어진 ‘명청 갈등’ 2차전의 영향으로 여당 지지층이 일부 이탈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5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5.4%, 국민의힘이 37.9%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각각 1.3%포인트(P), 0.6%P 상승한 수치지만 양당 격차는 6.8%P에서 7.5%P로 벌어졌다. 리얼미터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경제 지표 호조로 집권당으로서의 실적을 지지율로 연결 지은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목되는 대목은 APEC 정상회의의 훈풍이 PK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울경에서는 민주당이 32.6%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52.1%로 집계된 국민의힘 지지율에 비해 19.5%P 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PK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 고공행진은 보수 텃밭인 TK보다 높은 수치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이 46.7%, 민주당이 38.3%로 격차는 8.4%P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른바 “여론조사가 튀었다”고 표현되는 일시적인 보수 과포집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전주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면서 PK에서의 국민의힘 선전은 일종의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해당 기관의 10월 4주 차 조사(지난달 23~24일, 만 18세 이상 1001명) 결과, 국민의힘 부울경에서 45.6%를 기록, 43.7%로 나타난 대구·경북보다 높았다. 이는 모든 권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해당 조사에서 민주당은 각 지역에서 32.6%, 34.5%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다 이후 국민의힘과 접전 양상을 유지해 오던 PK에서 이러한 급격한 기류 변화가 발생하면서 지역 정치권은 물론 여의도에서도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둘러싼 여당 내부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2 전당대회 당시 “억울한 공천 배제를 막는 ‘노컷 당대표’가 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후에도 ‘완전한 경선’을 약속했지만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 이와는 정반대 되는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실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유동철 수영지역위원장의 컷오프(경선 배제) 전인 리얼미터의 10월 3주 차 조사(10월 16~17일, 1008명)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PK에서 46.2%로 국민의힘(40.9%)보다 앞서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하락세를 그리는 과정에 무당층의 급격한 증가가 뚜렷하다. 3주 차에 4.6%에 그치던 무당층 응답 비율은 4주 차에 10.4%까지 올랐다가 5주 차에도 8.5%를 유지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도 지난주 주말 동안 이뤄진 시도당 임시당원대회에서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여러 차례 “당대표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유감을 표한 상태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갈등의 수습 여부에 따라 정당 지지율이 다시 출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중앙에서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가를 부울경의 민심 변화에 양당 모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