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군구, 공공기관 청사 일회용품 반입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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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의 삶과 관련하여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우리 일상에 지구온난화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침투한 것이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시군구 및 공공기관 청사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는 작은 실천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탄소저감과 환경보호에 솔선수범해야 할 책무가 있다. 행정관서가 친환경을 따르지 않으면, 국가의 기후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현실은 어떤가? 회의실, 접견실, 구내식당에는 아직도 종이컵과 페트병, 포장 용기들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시민에 대한 계도와 규제를 시행하는 행정관서의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시군구청은 주민 생활환경과 밀접하여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일회용품 규제는 호응을 얻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탈 플라스틱 사회’를 선언하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강화해 왔다. 커피전문점 내 종이컵 및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금지, 대형마트 비닐봉투 사용금지, 일회용 광고 선전물 사용금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실제 추진력은 지자체에 달려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청사의 자원순환 실태조사 권고만 할 뿐, 법적인 강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시군구 단위의 환경조례는 있지만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까지 명문화된 사례는 드물다. 물론 공공기관 내부의 일회용품 전면 금지나 갑작스러운 제도 전환은 직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 광주시 등에서는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 제한을 자발적으로 실천 중이며, 외부 용역 계약 시 친환경 조건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부산 영도구에서도 지난 9월 1일 전 직원 대상 ‘ESG시민운동’ 교육 실시 후 올해부터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여타 지자체에서도 충분한 홍보를 통해 실현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실천은 단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적 효과도 지닌다.

외국에서도 공공부문이 먼저 솔선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 Directive)을 통해 플라스틱 컵, 빨대, 식기류 사용을 금지했고, 일본 도쿄도청은 회의실에서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을 제한하며 다회용 컵과 정수 시스템을 운영한다. 미국 뉴욕시도 시청사를 포함한 공공시설 행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했다. 세계 주요 도시가 공공부문부터 변화를 주도하자 시민들의 의식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우리 지자체도 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다회용기 세척·공급 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 모델도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다회용컵 회수·세척을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 시군구가 이를 제도화하면 지역 내 순환경제의 토대가 마련된다.

무엇보다 시민참여형 접근이 병행될 때 효과가 크다. 주민센터에서 다회용 텀블러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 기업이 청사 내 친환경 물품 공급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이 청사 내 친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정과 시민, 기업이 함께 할 때 일회용품 줄이기는 생활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이제는 기초자치단체가 결단할 때다. 시군구청부터 먼저 일회용품 사용 중단과 청사 내에서 다회용 컵 사용 등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를 조례에 반영하고,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 도입을 예산에 반영하며, 직원 교육과 시민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작은 변화는 시민사회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변화는 늘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런 변화가 대한민국의 녹색 전환을 앞당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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