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몫 49% 챙기겠다던 도시공사, 노조 반발에 ‘재심의’
노조 “행정부 예규 위반 문제”
지역 활성화 적극 행정 불투명
49→39% 되면 지역 몫 급감
부산도시공사가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건립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 비중을 49%로 결정(부산일보 8월 21일 자 1면 보도)하려 했으나 이를 보류하고 재심의를 열기로 했다. 도시공사 노조가 행정안전부 예규 위반 문제를 거론하며 향후 감사에서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시공사의 정책적 결단이 내부 문제로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다.
부산도시공사는 조만간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건립 공사 관련 심의를 다시 열어 지역 업체 시공참여비율을 재결정하겠다고 2일 밝혔다. 앞서 도시공사는 지난달 18일 관련 심의를 열고 이 사업의 지역 업체 최소 시공참여 비율을 49%로 정하며 이를 ‘적극 행정’이라 설명했다.
통상 부산 지역 공공 공사 발주 땐 건설 대기업 1곳이 지분의 51%를 갖고, 3~5곳의 지역 건설사가 나머지 49%를 나눠 갖는 지역의무공동도급제가 시행돼 왔다. 수도권 대기업들이 지역 수주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 장치인 셈이다.
지금껏 별 문제 없이 시행돼 왔던 제도지만, 이번엔 행안부 예규가 논란의 씨앗이 됐다. 예규에 따라 ‘지역 업체 49% 기준’을 지키려면, 해당 공사 실질 공사비의 49%를 넘는 시공능력평가액을 갖춘 부산 소재 기업이 10곳 이상이 돼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기준을 충족하는 부산 건설사가 13곳이 됐지만, 올해는 지역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7곳으로 반토막이 났다. 예규를 지키면 지역 업체 비중은 39%로 대폭 줄어든다.
도시공사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향후 감사나 법적 분쟁 발생 시 담당자의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며 “정무·정책적 판단이라는 어불성설이 부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계 법령을 뛰어넘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도시공사 고위 관계자는 “일선 직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계약서에 ‘모든 책임은 사장과 본부장이 지겠다’는 문구까지 삽입했지만 내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시공참여비율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심의위를 다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부산에서 추진되는 건설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서부산 행정복합타운에서 지역 몫이 줄어든다면 업계 타격은 만만치 않다. 이 사업의 전체 공사비는 3970억 원이고 건축·토목·기계 등 주요 공사비는 2854억 원이다. 주요 공사비의 10%라고 해도 3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지역이 아닌 수도권 대형 건설사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산 한 건설사 대표는 “지역 건설사들 시공 능력이 줄었다는 이유로 지역 몫을 더 줄이면 지역 경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며 “예규나 규칙대로 집행하기만 한다면 지방 도시공사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