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시진핑-푸틴-김정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서 함께 설 듯”
국정원 "전승절 무대서 북·중·러 밀착 과시”
우원식 의장과 조우 가능성 낮아
9차 당 대회서 새 전략 노선 주목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에 서서 ‘삼각 연대’를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정원은 2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하고 간사인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1일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해 오늘 새벽 국경을 통과했고, 오늘 오후 늦게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방중은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수행하고 있고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 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국가 정상급의 순서와 우 의장의 순서가 약간 떨어져 있다고 한다”며 “상대측에서 만남을 원한다면 조우가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의미 있는 만남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북중·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북중러가 한꺼번에 모여 회담할 경우 그것이 국제 사회에 던지는 군사안보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기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에 대해 “북중 관계 복원을 통한 대외 운신 폭을 확대하고,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견인해 체제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6000명을 3차 파병할 계획이고, 전투 공병 1000명이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기존 파병군은 후방에서 예비전력으로 주둔 중이고, 현지 지도부 교체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북한이 1·2차 파병에서 공개한 전사자는 350명 정도고, 국정원이 지난 4월 정보위에 보고한 전사자 규모는 최소 600명 수준이었다”며 “(국정원이) 우방과 종합 검토한 결과 현재는 2000여 명으로 사망자를 재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가 유력한 9차 당대회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10일 약 1만 명 이상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연습하고, 10만여 명의 대규모 집단체조도 5년 만에 다시 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주년(5·10년 단위) 당 창건 행사를 마친 후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을 발표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며 “9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하고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정원은 “대남 정책의 전환이나 재조정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다”며 “단시일 내 남북 관계 개선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침체국면에서 벗어났고, 중국·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외화와 물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남 기조에 대해서는 북한이 기존의 ‘2국가론’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북한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대북정책에 상당히 촉각을 세우면서도, 한국의 대북정책 및 접근 시도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확장을 경계하는 정황도 포착된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고 전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