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 입법 폭주 맞서 야 상복 등원, 극단 치닫는 정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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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산·인사청문회 놓고 격돌 예고
대화·타협 통해 민생 살리기 전력해야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정기국회가 1일 막을 올렸지만, 여야는 첫날부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화합의 의미로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자고 제안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 폭주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검정 정장과 넥타이에 ‘근조 의회 민주주의’ 리본을 단 상복을 입고 나와 투쟁을 예고했다. 100일간 열리는 이번 국회에는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 인사청문회 등 암초가 많아 여야 극한 대치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이 개회사에서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은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지만, 첫날부터 ‘드레스코드’ 대결이 펼쳐져 무색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혁법안 44개를 포함해 총 224개 중점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 입법, 언론과 유튜브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언론 개혁’ 입법, 대법관 증원을 통한 ‘법원 개혁’ 입법 등 3대 개혁 입법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또 내란·김건희·해병대원 등 3대 특검의 수사 대상과 기간을 늘리는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이달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힘은 민주당의 독주를 부각하며 이들 법안의 처리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법안이 많아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주가 인사청문회 ‘슈퍼위크’여서 여야 대립은 더 격화될 수 있다. 2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3일 원민경 여가부 장관 후보자, 5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힘은 최 후보자에 대해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관련 음모론 제기 등을 지적했고, 주 후보자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이유로 지명 철회를 주장한다. 또 예산안 처리를 두고도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킬 방침이지만, 국힘은 ‘포퓰리즘 예산안’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삭감을 예고했다. 정기국회 내내 협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여야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견을 조율해 더 나은 정책과 법안을 도출하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지금 여야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 뒤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된 셈이다. 처리해야 할 현안도 많은데 여야가 극단적 대치만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야당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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