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자살 등 의도적 손상환자 11.1% 역대 최고치
질병청 2024년 손상유형 통계
소아·청소년 연령대 특성 뚜렷
맞춤형 예방교육·환경 개선 필요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손상 환자는 50% 넘게 급감했지만 중증 환자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자살이나 폭력·타살 등 의도적인 행위로 다치거나 죽은 환자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2일 질병관리청의 ‘2024년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 결과 23개 조사 참여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는 지난해 8만 6633명으로 전년(20만 3285명)의 42.6%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응급실 내원 손상 환자 중 입원한 환자의 비율은 23.7%로 7.6%포인트(P) 올랐고 사망률 역시 2.6%로 1.4%P 증가했다. 전체 손상환자 중 남자(56.5%)가 여자(43.5%)보다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이 19.3%로 2006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은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이용이 제한되면서 경증 환자 방문이 줄어든 대신 중증 환자들이 주로 응급실을 이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손상 원인의 성격을 살펴보면 전체 환자의 11.1%가 자해·자살이나 폭력·타살 등 의도적인 행위로 다치거나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적 손상 비율이 10%를 넘은 것은 2006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자해·자살 환자는 전체 손상 환자의 8.0%로 10년 전인 2014년(2.2%)의 3.6배나 증가했다. 특히 10~20대의 자해·자살 비율은 2014년 26.7%에서 지난해 39.4%로 12.7%P나 높아졌다.
의도적인 행위로 인한 손상은 음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거의 10명 중 4명(38.6%)이 의도적 행위로 손상을 입었는데, 비음주 상태(7.9%)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손상 예방을 위해 음주에 대한 경각심 제고가 중요한 대목이다.
추락·낙상(40%)이 전체 손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둔상(15.2%), 운수사고(15.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운수 사고의 경우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한 ‘기타·미상 육상 운송수단’의 비율이 5.0%로 2014년(0.4%)의 12.5배 수준에 달한다. 보호장비 착용률은 오토바이 헬멧(74.2%), 안전벨트(71.2%), 카시트(55.2%)에선 비교적 높았으나 자전거 헬멧은 16.2%에 그쳤다.
70세 이상 낙상 환자 비율은 2014년 17.1%에서 지난해 35.3%로 18.2%P 급증했다. 낙상 사고는 대부분 집(43.6%)에서 발생했으며, 세부적으로는 거실(17.3%)이 가장 많았으며, 화장실(16.5%), 계단(15.3%), 방·침실(15.3%) 등의 순이었다. 생활공간에서 낙상이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확대·추가된 소아·청소년 손상 분석결과에 따르면 3~6세(24.0%)와 1~2세(22.9%)의 영유아와 아동에서 손상 발생이 많았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학교·교육시설과 도로에서의 손상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세 미만은 가구에서의 추락 등을 주의하고, 1∼2세는 차량 탑승 시 카시트 사용, 3∼6세는 놀이나 등·하원 경로에서의 안전 강화, 7∼12세는 자전거 헬멧 착용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질병청은 “13~18세의 경우 오토바이 사고나 자살 목적의 중독 손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연령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 교육과 환경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