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첩에 숨어 있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 시민 정신으로 승화”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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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전 부산대 총장
이순신학교 아카데미 9기(강사 과정) 수료
부산대첩 제대로 알리고 기념하는 일 앞장
전적지 부산항 북항 재개발 부지에
기념공원 조성·기념관 건립이 핵심 과제
역사 전시·체험 교육·시민 문화 공간 조성
미래 세대 희망의 역사 만들기에 힘 모아야










“이순신 장군이 이끈 부산대첩은 다른 어떤 대첩보다도 가장 의미 있는 승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같은 뜻이 널리 알려지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에게 부산대첩을 제대로 알리고 기념하는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사)부산여해재단이 운영하는 제9기 이순신학교 아카데미(강사 과정)를 수료한 김기섭 전 부산대학교 총장은 “부산대첩에 숨어 있는 이순신 장군의 뜻을 시민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설립된 교육 프로그램 ‘이순신 아카데미’가 지역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순신의 자(字)인 ‘여해(汝諧)’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2016년 부산여해재단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부산여해재단은 청소년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충무공의 리더십, 애국심, 청렴정신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역사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직후 부산은 왜적에 의해 부산진, 다대포, 동래성이 차례로 무너지고 조선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전라 좌수사 이순신 장군은 전쟁의 발발을 미리 예견하고 준비해 조선 수군 연합함대를 이끌고 부산포를 기습해 왜선 100여 척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부산대첩은 옥포, 당포, 한산대첩에 이어 치러진 4대 승첩의 하나로, 일본의 수륙병진 전략을 무력화시키고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스스로 올린 장계에서 “옥포에서 한산까지 열 차례 싸웠으나, 부산승첩보다 더 큰 전투는 없었다”고 기록할 정도로 그 의미를 강조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1956년 부산 용두산공원에 세운 이순신 동상 비문에서 “부산 앞바다의 큰 승첩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부산대첩의 의미와 가치를 살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자고 했다.

부산시는 1980년부터 부산대첩 승전일인 10월 5일(음력 9월 1일)을 시민의 날로 정해 기념해 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며 “시민의 날이 임진왜란 부산대첩 승전일이냐”고 되묻는 시민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2018년 4월, 지역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뜻을 모아 (사)부산대첩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현재 회원 수는 1000여 명에 달하며,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명예이사장, 이용흠 일신설계종합건축사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 기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전 총장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에 ‘부산대첩기념공원’과 ‘부산대첩기념관’ 건립을 꼽았다.

“전적지인 북항 재개발 부지에 부산대첩기념공원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시민의 뜻을 모아 부산대첩기념관을 건립하는 데에도 열심히 힘을 모으겠습니다. 이 사업은 세계사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이순신의 유비무환, 선공후사의 정신을 함양해가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시는 이미 북항 2단계 재개발 구역에 기념관 건립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념관은 2030년 이후 완공이 예상되며, 역사 전시와 체험 교육, 시민 문화 공간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조성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 기회에 부산대첩과 이순신의 구국의 정신이 시민에게 계승돼 부산의 정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아울러 부산대첩기념관이 국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항 재개발 구역 공원 명칭을 두고 ‘북항친수공원’이냐, ‘부산대첩기념공원’이냐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부산은 임진왜란의 아픔과 승리의 역사를 동시에 품은 도시입니다. 그런 역사의 의미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물가에 있는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정한다면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염두에 두면서 도시의 소중한 콘텐츠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전 총장은 부산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사를 연구해, 지역사회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천착해 온 역사학자다. 부산대 사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국사학과 석사, 부산대 대학원 문학박사를 거쳐 2012년 부산대학교 제19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부산·울산·경남 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고등교육 발전에 기여했다. 또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공동의장을 맡아 지역 산·학·연·관 협력을 이끌며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에도 앞장섰다.

그는 부산대학교에 발전기금 총 2675만 원을 기탁하고, 개인 장학금 1000만 원을 출연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보탰다.

김 전 총장은 다시 한번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부산대첩은 단순한 해전의 승리가 아닙니다. 이순신의 구국 정신, 그리고 나라를 지킨 희생과 헌신의 상징입니다. 부산 시민의 힘으로 부산대첩기념관과 기념공원을 완성시켜 미래 세대가 이순신 정신을 되새기며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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