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국민의힘, '차출 정치' 관행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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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이재명 정부 직무수행 긍정 평가 많아
3년 전 좌충우돌 윤석열 정부와 대비

보수 정당, 외부 전문가 영입해 충원
위기 때마다 수혈하면 당내 사기 저하

탄핵도 국힘 취약한 인적 토대서 비롯
내부에서 사람 키워야 비상 상황 막아

이재명 대통령의 시작은 제법 성공적인 걸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여론은 64%(부정 평가 21%)를 기록했다. 대선 당시 득표율인 49.4%를 훌쩍 웃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56%의 응답자가 “잘하고 있다”, 2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거친 캐릭터에 반신반의하던 중도층 지지율도 높아졌다. 상법 개정,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민생·경제 이슈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 게 영향을 끼친 걸로 보인다. 인사에서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현재까지는 큰 잡음이 없는 편이다. 인사든 정책이든 기존에 예상됐던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까닭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안정적 출발은 처음부터 좌충우돌했던 3년 전과 대비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그는 원래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약속했었다.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그러자 느닷없이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의 고집에 국군은 졸지에 방을 빼야 하는 신세가 됐다. 어디 대통령실 이전만 그랬나. 초등학교 5세 입학, 수능 킬러문항 폐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그의 임기 3년은 예측할 수 없는 국정 운영으로 점철됐다. 비상계엄은 클라이맥스였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정치에 몸담은 인물이었다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입당한 지 4개월 만에 제1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다시 4개월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계에 데뷔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불확실성을 초래한 셈이다.

보수 정당은 예전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식으로 인물을 충원해 왔다. 김영삼·이회창 등 당의 리더들은 이른바 ‘YS 키즈’, ‘이회창 키즈’를 영입, 이들을 당 쇄신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1990년대 후반 영입돼 오랫동안 당내 소장파로 활약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대표적이다. 외부 인재를 차출해 오는 건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 피를 수혈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가 있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바깥에서 답을 찾는다면 당 구성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현실 정치에 적응하느라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다. 인적 구성의 교체가 잦아지면 유산은 계승되지 못하고 단절된다. 보수 정당이 선거 때마다 빅텐트를 외치고 뜨내기 리더를 옹립하는 건, 역설적으로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남아있는 인재풀이 메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시스템은 국민의힘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민주당 근처에는 ‘상비군’이 많다. 2000년대 초반, 86세대 운동권 인사들은 언제든 차출돼 정치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상비군들이었다. 이들에게서 더 이상 데려올 인물이 없어질 즈음엔 시민단체들이 그 역할을 대체했다. 같은 교수·변호사라 하더라도 오랜 세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정치 근방에서 훈련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정치에 대한 이해도나 추진력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016년 제20대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성기는 비단 국민의힘 대통령들의 연이은 탄핵 때문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탄핵이라는 결과 자체가 국민의힘의 취약한 인적 토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1990년 3당 합당은 보수 정당의 압도적 우위 구도를 가져왔다. 신한국당·한나라당 때처럼 이들이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을 땐 굳이 사람을 키우지 않아도 됐었다. 보수 정당으로 인물과 자원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수 정당의 지역적 기반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지층의 인구학적 특성 역시 갈수록 불리해지는 중이다. 다른 무엇보다 총선에서 연달아 3번을 깨지고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당한 정당이지 않은가. 명망가가 총선을 앞두고 정당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우선순위 앞에 놓이는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수도권도 험지라며 기피하고 전통적 우호적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율에서도 앞서지 못하는 정당에 누가 오려 하겠나. ‘차출 정치’의 관행을 끊고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비상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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