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심사 탈락 앙심?… 항공사 기장 목숨 앗은 ‘직장 내 갈등’
부산서 현직 기장 흉기 피살 사건
경찰, 부기장 출신 용의자 추적
2년 전 퇴사 후 갈등 지속된 듯
전날 경기도선 다른 기장 노려
다행히 미수… 피해자 치료 중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국내 항공사 소속 50대 기장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조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내 한 항공사에 근무했던 전직 부기장이 같은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현직 기장을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날에도 직장 동료였던 또 다른 현직 기장이 같은 용의자에게 습격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과거 직장 내 갈등 등 범행 동기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달아난 용의자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17일 오전 7시 15분께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국내 모 항공사 소속 50대 기장 A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와 같은 항공사에서 근무하다 2년 전 퇴사한 동료 부기장 B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B 씨는 전날 일산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도 같은 항공사의 기장 C 씨를 상대로 범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C 씨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CTV를 통해 C 씨를 습격한 인물의 인상착의가 A 씨 살해 용의자와 동일한 것을 근거로 B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A 씨가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서는 과정에서 B 씨에게 피격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범행 직후 아파트 인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주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숨진 A 씨와 유력 용의자 B 씨는 함께 일하면서 평소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공군사관학교 선후배 관계였으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정도로 불화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부기장 자격 심사에서 탈락한 이후 극심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항공업계 특성상 부기장 자격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타 항공사로의 재취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B 씨가 심사 탈락 이후 주변 동료들에게 보복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B 씨는 2024년에 해당 항공사에서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장은 항공기 조종을 총괄하고 부기장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두 직급은 구조적으로 위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하는 만큼 관계가 좋으면 더욱 긴밀해질 수 있지만, 갈등이 생기면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항공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 측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사건 경위와 정황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답변하기 어렵다”며 “경찰 조사에 협력하고 유족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의 사망 직후 사건 경위 파악과 함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항공사 기장 등 직원 8명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 또 60여 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B 씨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부산역과 버스터미널, 김해공항 등에 경찰을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경기북부경찰청과도 공조해 용의자 신원 확보에 나섰다. 한편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층의 출입을 통제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