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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등어가 왜 이래?
부산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근해어업의 중심지였다. 대형 선망, 대형기선 저인망 등이 잡아오는 고기는 부산공동어시장을 중심으로 위판이 되었고 냉동·냉장 창고에 보관되거나 냉장 상태로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삼치, 참치, 씨알이 큰 전갱이 등은 일본으로 수출되었으며, 황금빛을 띠는 참조기는 중국으로 수출돼 비싼 것은 한 상자에 300만 원 이상을 호가했다. 최근 몇년간 부산공동어시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지해 왔던 선망과 저인망 위주의 위판구조와 수동적 경영활동, 고질적인 바닥 경매, 변화에 뒤쳐진 구조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수산물은 공유자원이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이용 자원인 탓에 과도하게 이용해 피폐화되고 결국 모두에게 불행을 주는 ‘공유의 비극’을 낳고 말았다. 수산 자원학에서는 보통 남획을 자연환경에서 물고기가 스스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잡는 것을 말하며, 이 때문에 정부는 수산자원 양을 추정해 1년 단위로 잡을 수 있는 양을 정해 업계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자원 유지와 수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현장의 어업인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간섭을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줄다리기 속에 어느새 부산 기반 근해어업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산에는 수산물 보관 중심의 냉동·냉장 창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집중돼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어시장에서 위판되는 고등어를 아프리카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소리를 가끔 들으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300g 이하의 어린 고기들이 주로 튀김과 구이용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양식장의 먹이로 공급되고 있다. 이게 블루 푸드테크 산업인가?
수산업자들은 해방과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잡히는 대로 잡고 보자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정착해서 어떤 이들은 1조 원 이상의 부를 축적하기도 했고, 거친 바다 속에 어선과 선원들이 수장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기도 했다. 연근해 바다에 고기가 없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어업 여건과 어장 환경, 어류의 서식 환경을 변하게 해 잡히던 고기가 이젠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여건과 현실 자연환경 변화가 가져온 수산자원의 생태환경 변화 속에 이를 관리하는 정책과 법령은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러한 변화를 수산 어업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까?
연근해어업은 현시점 총체적 난국이다. 2020년 국회 농림축산 해양수산위원회에서 발간한 업무편람에 의하면 해양수산부 소관 법령은 124개이며, 이중 수산 분야 관련 법령이 84개이고 해운 항만은 4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수산업법은 1908년 일제강점기 수산업령을 시작으로 1962년 독립 후 한국 실정에 맞는 수산업법을 제정했고, 1995년 WTO 출범과 함께 수산업 개방화에 대비해 법률 개정이 있었으며, 2002년 어촌계 제도의 공식화 및 자율 관리어업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개정이 있었고 2021년 수산업·어촌기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
조선시대 어민의 신분과 규제를 보면 최상위에 왕실 전용어장인 금어지(禁漁地)를 지정 왕실이 관리했고, 지방 수령은 담당 지역에서 어로 활동과 신고를 의무화했으며, 어민의 신분은 평민층,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지나와 현재에 이르렀지만, 무엇이 변했을까? 그때의 신분과 지금 사회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을까?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혁신을 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생각과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수산업은 지속가능해야 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수산 단백질을 공급하며, 국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025-07-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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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시대 경쟁력, 전력망 적기 구축이 선행돼야
AI 산업의 확산이 전력수요 증가에 가져온 파장이 만만치 않다. AI 서비스 구축에 필수적인 것이 데이터센터인데, 수도권의 산업입지가 포화됨에 따라 대체지로 지방도시가 각광을 받게 되면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있는 부산의 전력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또한, 부산시는 ‘기회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을 통해 전력반도체, 이차전지, ICT융‧복합 지식서비스와 같은 첨단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 인근의 발전량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새울원전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2026년 완공 예정이며,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또 부산시는 서부산 일대 산업단지에 에너지저장장치 팜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최근 산업부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 공모에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이렇듯 부산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안타깝게도 전력계통의 수용여력 또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전력망 인프라가 부족하여 늘어난 수요와 공급을 감당할 수 없고, 따라서 전기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필요한 때에 공급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력을 적기에 수요지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과 변전소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한전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응한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등으로 미래의 전력수요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계획의 수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력 다소비 시설이 3년 정도면 준공되는 데 비해, 전력망 건설은 송변전 설비 인근 지역의 주민여론, 인·허가 등으로 훨씬 오래 걸리는 실정이다. 즉 수립된 계획의 실행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부산 일부 지역의 전력망은 한 방향에서만 전기를 공급받는 형태로, 이 경우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경로로 전기를 보낼 수 없어 정전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경남 일부 지역으로 들어가는 단방향 송전선로가 끊어진 탓에 해당 지역에서 며칠간 정전을 겪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환상망으로 조속히 보강할 필요가 있다. 환상망은 한쪽 경로가 끊겨도 다른 경로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력 공급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다.
한전은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 확충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력망 건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수용적 대화를 통해 주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전력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부산권 전력계통 안정을 위하여 STATCOM(Static Synchronous Compensator,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과 같은 첨단 특수설비를 확충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에도 힘쓸 것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 한전과 지역사회가 꾸준히 힘과 지혜를 모아 연대한다면 지역 발전의 지속가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2025-07-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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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 청년 인재의 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역사적인 명연설 첫 구절이다. 누구에게나 꿈은 그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어쩌면 도시도 마찬가지다. 꿈이 있는 도시는 번영하고 희망이 사라져버린 도시는 쇠퇴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20여 년간 부산은 꿈과 희망이 사라져가는 도시의 길을 걸어왔다. 해마다 3~4만여 명의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초고령사회 진입과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이른바 ‘노인과 바다’의 도시가 바로 오늘날 부산의 자화상이다.
누가 뭐래도 부산의 전성기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였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한때 서울보다 많은 100만 인구의 도시로 급팽창을 하였다. 이후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은 공업화의 상징인 ‘경부 성장축’을 근간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다하였다. 이 당시의 부산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이 있는 도시였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부산으로 사람들이 몰려왔고, 청춘남녀의 인재 유입으로 ‘다이내믹 부산’이 되었다. 그러나 부산의 인구는 1995년에 389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부터 지속해서 그 수가 매년 줄어들더니 급기야 현재 328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지난 30년간 무려 60만 명이 유출되었고, 이 가운데 과반은 부산에서 꿈을 찾지 못한 청년 인재들이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부산의 청년실업률은 10%대로 높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도시에 청년 인재의 꿈도 사그라들었다. 과연 부산은 이대로 쇠락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것일까?
‘궁즉통’이라 했던가. 올해부터 부산은 글로벌 해양물류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실마리는 누가 뭐래도 북극항로 개척이다. 사실 북극항로 개척은 부산만의 기회를 넘어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대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촌 기후환경 측면에서는 대재앙의 경고장이지만, 그렇다고 녹아버린 북극항로를 다시 얼게 할 수 없다면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의 바닷길 개척으로 오늘의 무역항로가 열렸고, 동서양 육로 문명교류의 상징인 실크로드가 작금의 유라시아철도를 열었다. 이제 새롭게 개척되는 북극항로는 지금까지 변방에 머물러 있던 동북아지역이 세계해양물류의 신세계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이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 수준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미 중국 상하이와 닝보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신설, 동남투자은행 설립,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신설 등으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수년 내에 북극항로가 정상화된다면 부산과 그 배후지인 남부권 전체 산업에 미칠 전후방 연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극항로는 포화상태인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에 대한 대안 항로로서 가치 또한 급증하고 있다.
혹자는 이번 북극항로 개척이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부산의 단골 공약(空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더구나 아직 연간 4개월 이상 북극항로 운항이 어렵고, 북극항로의 중간 기착 항구가 거의 없어 여전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미 북극항로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라시아판 새로운 대항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북극항로 개척의 비현실성 문제는 이미 항로 단축과 시베리아지역의 천연가스 등 무한한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만으로도 가성비가 한층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개척이 부산의 청년 인재에게 미치는 가장 긍정적 효과는 그들에게 부산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래 비전과 꿈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부산 경제 관련 세미나나 강의를 하면서 부산의 희망찬 미래를 논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극항로 개척으로 머지않아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필자는 몇 주 전 이번 학기 종강을 하면서 마무리 발언을 이렇게 하였다. “부산의 청년 인재 여러분! 조만간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은 꿈이 있는 도시로 변모할 것입니다. 이제 기회의 땅이 될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에서 여러분의 꿈을 맘껏 펼쳐보기 바랍니다.”
2025-07-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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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이순신을 생각한다
우리 시대 정치 담론의 진짜 전장은 이제 정책도, 이념도 아니다. 기억과 감정이다. ‘기억정치’와 ‘감정정치’는 한국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며,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지를 결정짓는 싸움의 분수령이다.
기억정치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의 기억을 조직하는 권력의 문제다. 제주 4·3, 광주 5·18을 떠올려보라. 이들에 대한 해석은 ‘누구의 고통이 기억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과 직결된다. 감정정치는 집단 감정을 선별하고 조율하는 또 다른 권력이다. 슬픔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분노는 누구를 향하며, 자긍심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힘이다. 한국 사회는 이 두 정치가 고도로 결합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특히 12·3 계엄 이후, 특정 인물과 사건은 영웅적으로 부각되는 반면, 공동체의 또다른 기억과 감정은 더욱 배제되었다. '세월호'와 '이태원'으로 불리우는 사회적 약자의 기억은 제도와 권력에 의해 가려져 통제 가능한 ‘소환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류의 중심에 이순신이 있다. 위기 때마다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이순신은 이제 정치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순신 정신’, ‘12척의 리더십’ 같은 구호는 정치 프레임의 언어가 되었고,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했던 윤리적 고뇌와 인간적인 리더십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간다. 이순신을 가리키는 익숙한 이름들, 이를테면 전쟁 영웅, 우리 민족의 구원자, 절대적 리더십의 상징 따위는 이순신의 전부를 대변하지도, 지금의 우리에게 바람직하지도 않은 명명들이다. 무엇보다 이순신을 불러내는 시대적 상황이 언제나 이순신을 공동체 성숙의 밑거름이 되게 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통치 도구나 단순한 정치 연출로 소비하기를 부추긴다. 반복되는 호출에도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공허한 구호가 되어 떠도는 이유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순신을 과거의 영웅으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민주시민교육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그의 삶과 정신을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시민적 과제에 맞춰 재해석하고 재맥락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이순신 정신을 선양하고 그를 기리는 사업들이 이순신 우상화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역사적 인물의 삶을 비판적으로 복원하여 오늘날 시민의 덕목으로 전환하는 창의적인 교육실천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럴 때, 이순신 리더십은 시민적 리더십의 원형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왜 이토록 자주 이순신을 소환하는가? 그 호출은 누구의 목소리이며, 누구의 침묵 위에 서 있는가? 이순신 리더십이 이렇듯 마케팅 슬로건처럼 소비되는 지금, 우리가 다시 이순신을 말해야 하는 까닭은 누차 얘기하듯 단순한 기념이나 이순신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 때문이다. 기억과 감정의 전쟁터에서, 그의 내면에 깃든 인간성과 윤리적 고뇌를 우리 자리에서 다시 묻는 것이야말로 그를 제대로 소환하는 방법임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 우리가 ‘이순신’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우리가 함께,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묻기 위함이어야 한다.
2025-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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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 걱정 없는 여름, 부산적십자사가 지킵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벌써 여름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부산과 경남 지역에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국지적인 집중호우 가능성을 예보하며, 태풍은 2~4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해마다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재난 상황 속에서 부산적십자사는 시민의 안전과 이재민 보호를 위해 또다시 만반의 대비에 나섰다.
작년 9월, 부산을 덮친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했을 때 부산적십자사 직원과 봉사원들은 서구 부민동을 비롯한 4개 동을 돌며 적십자 긴급구호세트 135세트를 전달하며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그 경험은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태풍 힌남노, 금정구 아홉산 산불, 서면 베르빌 오피스텔 화재 등의 긴급 재난 대응 현장에서 부산적십자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재해구호법에 근거한 재난관리책임기관, 구호지원기관으로서 긴급구호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피해자 지원과 급식, 구호물품 지급, 재난심리 회복지원 등을 펼쳐왔다. 적십자 구호품은 재난으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이웃들이 하루빨리 보통의 날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의 상징이며 인도주의를 위한 우리 모두의 연대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4월, 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에 부산적십자사는 비축해 두었던 긴급구호세트를 신속하게 재난 현장에 지원했다.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으로 부산적십자사의 구호품 창고가 일부 비워졌지만, 우리 부산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결코 멈출 수 없기에 이달 중 적십자 직원과 봉사원들이 긴급구호품을 제작하여 부족분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채워넣을 예정이다. 아울러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협의하여 800세트의 긴급구호세트를 추가로 더 확보할 계획도 세웠다. 혹시 모를 여름철 태풍, 집중호우, 폭염 등 복합재난에 대비해 구호품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속 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다.
평소에도 부산적십자사는 재해구호 전문인력 양성교육과 재난심리회복지원, 찾아가는 재난안전교실 등을 통해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대규모 화재, 지진, 풍수해를 가정한 재난구호종합훈련과 안전한국훈련 그리고 방사능방재 합동훈련과 같은 특수재난 대비 훈련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부산적십자사가 지역사회의 재난 대응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6개 구·군, 206개 행정동별로 조직되어 활동 중인 약 4000여 명의 봉사원과 재난 활동가들의 헌신 덕분이라 생각한다. ‘여름이면 태풍이나 호우 걱정에 가족들과 멀리 휴가도 못 간다’는 봉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각자의 일상을 뒤로하고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땀과 헌신이야말로 부산적십자사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부산적십자사 회장으로서 올여름에도 적십자의 구호창고는 잘 준비되어 있으며, 훈련된 봉사원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부산적십자사는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곁으로 달려가 재난 구호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적십자 인도주의의 활동에 부산 시민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당부드린다.
2025-07-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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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관광시대 부산, 남해안벨트를 품어라
부산남해안벨트란 무엇인가? 부산 시민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이는 부산에서 목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33개 기초지자체를 포괄하는 광역권 개념으로, 2010년 제정된 ‘동서남해안권 및 내륙발전특별법’에 근거해서 언급되는 개념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10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현재는 제2단계 추진기(~2030년까지)로, ‘상생과 번영의 남해안 공동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동북아 5위 경제권 도시 육성, 신국토 성장축 형성, 2시간대 통합생활권 달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녹록치 않다. 부산(약 320만 명)을 포함한 남해안벨트 전체 인구는 경남, 전남을 포함해도 약 839만 명, 이는 전국 인구의 11.4%에 불과하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약 2680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도권과 ‘내부 경쟁’이 아닌 외부 확장형 시야, 즉 글로벌도시 관점에서 살펴보자. 2024년 12월 기준, 대한민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만 명 증가하였는데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산은 약 6만 3000명으로 전국 대비 2.5%에 불과하다. 경남 10만 1000명, 전남 5만 4000명으로 부산남해안벨트를 합해도 21만 8000명으로 전국 대비 8.9%를 차지한다. 그래도 왜소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보자. 2024년 한 해 동안 총 1637만 명이었으며 , 그 중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2만 9192명으로 집계돼 최근 10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는 전국 외국인 관광객의 약 17.9%에 해당한다. 여기에 경남 57만 명, 전남 35만 명의 추정치를 더하면, 남해안벨트 3개 지역 합산 412만 명 정도로 전국 대비 25.2% 수준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나는 이것이 태평양으로 열린 바다 덕분이라 생각한다.
부산의 중심은 배편으로 일본과는 쉽게 연결되며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상하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칭다오 등 약 1억 명 규모의 도시권과도 연결된다. 따라서 부산은 투자, 유학, 결혼이민 등 외국인이 체류하는 정주형 글로벌도시로 전략 전환과 휴양관광도시로서 남해안벨트의 천혜의 자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모델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부산이 대한민국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되었고, 디지털자산거래소가 개설되었다는 사실은 관광산업 부문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곧 AI, 블록체인 기술 혁명의 시대에 부산이 남해안벨트의 관광거점, 출발도시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려수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는 2500여 개의 섬과 천혜의 해안경관, 맑은 공기, 풍부한 해산물과 특산물 등 독보적인 자연자원을 품고 있다. 또한 김수로왕과 인도왕후의 전설, 가야왕릉과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해남 황조별묘, 고인돌 유적 등 세계에 내놓을 만한 역사문화 자산도 각지에 산재해 있다.
앞으로 이러한 관광자원을 디지털화하고, 부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통합 관광벨트로 융합·조직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남해안 전역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상생의 관광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행정구역상 각 지자체가 나누어져 있지만 해외 관광객 입장에서 남해안 전체는 하나의 이야기와 플랫폼으로 연결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부산 시민은 디지털관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지역을 넘어선 글로벌 시민의 시야를 갖고, 남해안 전역의 도시들과 연대하며 ‘상생과 번영의 남해안 공동체’라는 미래비전을 실현할 주체로 나서야 한다. 다가온 디지털 경제시대, 부산이 남해안 관광경제권을 이끄는 글로벌허브 도시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5-07-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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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SG 조기교육,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
지구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후위기, 생태계 붕괴, 사회적 양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ESG는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모든 세대가 공유하고 실천해야 할 새로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조기교육이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가치관과 습관은 인간의 삶 전반을 지배한다. 이 시기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평생을 좌우하는 기본 틀을 만들어낸다.
(사)ESG시민운동본부는 이 점에 주목해, ESG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산업사회는 경제인을 길러냈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내재한 시민을 길러야 한다. 어린 시절 ESG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지 못한 세대는 결국 환경 파괴와 사회적 무책임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반면, ESG 조기교육을 일찍 도입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성과를 입증했다. 학교에서 기후위기 대응, 인권 존중, 공동체 의식을 교육받은 아이들은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을 생활화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50 탄소중립 달성, 인구절벽 대응, 사회적 신뢰 회복 등 국가적 과제는 ESG적 가치관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 ESG 조기교육을 실천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지속가능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
조기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과 실천을 통해 가치관을 심어야 한다. 쓰레기 분리배출 캠페인, 지역사회 봉사, 투명한 규칙 만들기 등 아이들이 참여하며 배우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ESG 실천의 롤모델이 되어야 하며, 가정 역시 작은 행동을 통해 ESG 가치를 생활화해야 한다.
부산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ESG시민운동 조례'를 제정하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ESG시민운동본부 역시 부산광역시 및 남해군 지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ESG척척박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현재까지 428명의 학생이 수료증을 발급받았으며, 자체 모니터링 결과 수료생들은 가정 내에서 ‘ESG 지킴이’로 활동하며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들이 만든 변화는 지역사회의 ESG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ESG 조기교육을 공식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재 개발과 교사 연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역시 청소년 대상 ESG 프로그램을 후원해, 미래 인재 육성에 동참해야 한다.
(사)ESG시민운동본부는 시민 중심의 ESG시민운동 확산,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지역사회 실천 캠페인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부산일보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ESG 가치 실현을 위한 공익적 연대의 일환으로 시민과 언론이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는 공론의 장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ESG 공시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지역 시민들의 ESG 인식 제고와 생활 속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의미를 가진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도 온 사회가 함께 ESG 시민을 키워야 한다. 조기교육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다. 지구를 살리고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떤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 ESG 조기교육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고, 오늘의 교육이 내일의 문명을 바꾼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망설임 없이 ESG 조기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행동할 시간이다.
2025-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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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조사·세계수로의 날’과 해양경찰의 명운
우리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세월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국제수로기구(IHO)는 2024년 전 세계 해저의 약 26%만이 정밀하게 지도화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나머지 74% 이상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달 표면보다 지구 해저에 대해 더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6월 21일은 특별하다. 이날은 ‘해양조사의 날’이다. 또 국제수로기구 창립일이자, UN이 지정한 '세계 수로의 날'로, 해양정보의 국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해양조사의 날은 해양영토의 중요성과 해양조사 역량을 발전시켜온 우리나라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날이다. 같은 날인 세계 수로의 날은 국제수로기구가 수로측량의 가치와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제기념일이다.
이름은 달라도 두 기념일의 본질은 같다. 해저 지형과 수심, 조류 등을 과학적으로 측량·분석해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생산된 수로 정보는 해상 물류부터 자원 개발, 환경 보호까지 바다에서 이뤄지는 모든 국가 활동의 출발점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핵심적 기반이 된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도시이자 국내 대표적인 해양 전문기관들이 밀집한 해양 클러스터 도시로, 해양수도의 위상을 지닌다. 부산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바다를 관할하는 부산 해경에게도 해양조사의 날과 세계 수로의 날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해양경찰은 해양사고 수습, 해양범죄 단속, 해양 주권 수호 등 ‘바다 위의 종합 법 집행기관’으로서 24시간 임무를 수행한다. 그 밑바탕에는 수로 측량과 해양 조사를 통해 생산된 정확한 해양 정보가 있다.
일례로 선박 침몰·해상 추락 등 긴급 상황에서 수심과 해저 지형, 조류 정보는 구조의 성패를 가른다. 해양오염 사고에도 해류 정보는 방제 전략의 핵심이 된다. 수로 조사와 해양 정보는 해양경찰 작전 수행에 있어 핵심적 자산이다.
해양경찰은 해양조사기관과 협력해 수로 측량 현장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항로가 복잡하거나 어업 활동이 활발한 해역에서는 조사선의 안전 항해를 돕고, 접근 선박을 통제하거나 불법 조업을 단속해 원활한 조사 환경을 만든다. 현장을 지키고, 그를 통해 얻은 정보로 다시 국민을 지키는 선순환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해양경찰의 핵심 임무인 해양주권 수호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해양 조사와 수로 정보를 토대로 해양경찰은 배타적경제수역(EEZ)·영해·접속수역에서 불법 어업과 해양 범죄를 단속하며, 바다의 경계를 실제로 지켜내고 있다.
해양조사의 날과 세계 수로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바다를 이해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해양 영토를 수호하는 이들의 사명을 되새기는 날이다. 해양경찰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 세계를 과학으로 그려낸 지도를 손에 들고, 오늘도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25-06-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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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맞춤형’ 유학생 유치 전략 시급하다
부산시는 2025년 외국인 유학생 1만 8000명 유치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유학생 유치, 교육, 취업, 정주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유학생 취·창업 지원 및 한국어 교육 지원 사업을 신규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라이즈(RISE) 지산학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 유입 국가가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과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몽골,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 중동, 기타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부산에서는 각 대학별로 다변화 국가 유학생에 맞춘 강의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으로 향하는 베트남 유학생의 비중 증가세가 폭발적이다. 과거에는 K컬처의 확산과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한국이 베트남 유학생 유치에서 강세를 보였으나, 이제는 일본이 더 많은 유학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 기업 주도의 장학금 및 취업 연계 시스템이 있다. 일본은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유학생들에게 제조업, IT,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맞춤형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동남아 유학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현재 부산은 대학 중심의 유학생 유치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본처럼 기업이 적극적으로 장학금 지원 및 취업 연계를 추진하는 사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회원사와 대학 간의 산학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유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 지원, 맞춤형 실습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부산도 일본처럼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산업의 핵심 인재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은 세계 7대 항만으로, 물류·운송·하역·창고 등 다양한 현장 직군에서 꾸준한 인력 수요가 존재한다. 그러나 청년층의 기피로 인해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고용 관련 규정’ 허용 범위 내에서 부산 항만·물류 서비스 분야와 연계함으로써,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부산에 정착하며 취업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항만·물류 서비스 분야에서 필수적인 지게차·크레인·대형 화물차 운전 등의 기술 자격증 및 운전면허 취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유학생들이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지역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부산의 전략 산업을 고려할 때, 단순한 해외 유학생 유치가 아니라 부족한 인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주 요건을 제공하는 ‘부산 맞춤형’ 유학생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산 주요 산업별 인력 부족 유형(고급 인재, 사무직, 현장 기술직 등)을 분석하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최적의 타깃 국가를 선정해야 한다.
향후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이 실현되고, HMM 글로벌 선사의 본사 유치가 이루어진다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물류·금융·디지털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으며, 맞춤형 교육-취업-정주 패키지를 제공하면 유학생 부산 정착률 증가, 부족한 산업별 인력 보충, 부산·해외 간 인력 순환 구조 형성,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글로벌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은 단순한 유학생 유치가 아니라 ‘맞춤형 산업별 정주 지원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2025-06-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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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예술창조도시 도약…부산의 인구 감소 전략
부산의 인구 감소는 광역시 중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부산은 7대 광역시 중에서 첫 소멸위험 진단을 받았다. 청년인구는 2019년부터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심화된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교육 혁신과 산업 구조의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첨단 기술 기반의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문화예술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제 부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와 예술,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에 서있다.
에듀테크는 단순히 기존 교육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확장시킬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개념이나 전통 예술작품을 다양하게 체험하고 몰입형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SUNO와 같은 작곡 프로그램이나 시각 예술 도구는 비전공자도 예술 창작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하며 음악과 미술에 대해서 심화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기술들은 단순한 학습 도구로만 머물지 않고, 창의성과 표현력을 자극하는 디지털 파트너의 역할로 교육 현장을 보다 역동적이고 심층도 높은 공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융합은 학생들의 주도적 참여와 창조적 탐색을 유도함으로써,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융합은 교육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의 문화생태계와 경제 구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창의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여기에 에듀테크 기술이 접목될 경우 더욱 빠른 성장과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은 잠재력을 지닌 지역들이 많은 도시이다. 영도의 옛 조선소를 깡깡이 예술마을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배 안에서 다양한 선박체험을 기술과 접목시킨 성공적 문화예술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깡깡이 예술마을의 도시재생기반에 에듀테크를 융합하여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적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부산의 동래구는 특별한 문화예술적 발전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동래구는 역사적으로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기반 프로젝트들의 추진 잠재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동래학춤이나 복천동 문화재와 같은 지역 고유의 전통예술과 문화유산을 VR 콘텐츠로 재구성한다면, 청소년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역 예술인들과 협력해 창업형 예술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부산교대가 최근 인증받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교육과정에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을 도입할 경우, 지역 학생들의 문화 감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곧 부산이라는 도시가 창의적 인재 유치와 양성의 허브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핀란드 헬싱키나 에스토니아 탈린 등 북유럽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 감소 문제를 예술과 기술 기반 교육으로 접근해왔다. 이들 도시는 문화예술교육을 단순한 취미나 부가적 교육이 아닌, 핵심 사회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도시가 지닌 고유의 문화적 매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부산 역시 기술 중심 도시를 넘어 창조적 영감이 흐르는 교육 중심 도시, 그리고 시민과 예술가가 공존하는 문화적 삶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유기적 결합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교육특구 지정,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정례화, 디지털 기반 창의교육 인프라의 확충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 교육기관, 시민, 문화예술계, 그리고 행정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새로운 문화예술 도시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에듀테크와 문화예술의 융합은 단순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직면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2025-06-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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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축하하며
드디어! 역사적인 첫 소리가 울리고야 말았다. 2025년 6월 20일! 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이 성대히 펼쳐졌다. 이날 정명훈 감독의 지휘로 시작한 APO의 첫 소리와 함께 합창의 마지막 음이 울리는 순간까지 필자는 여러가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평생을 클래식 음악에 전념한 이로서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돌아보면 청년 시절 부산시향 악장 때부터 어느 포럼에서 수영만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자고 주장하기를 시작으로 20여 년 전 허남식 부산시장께 클래식 전용홀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기억들과 부산콘서트홀 실시 설계 자문위원으로서 연주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 애썼던 모든 일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필자가 그동안 이처럼 예술공연장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이유는 특히 공연 생산자(예술가)와 소비자(관객)의 만남에 수준 높은 공연장이라는 매개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는 교육(예비 예술가)의 기능과 함께 유기적 선순환을 촉진한다는 사실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예술공연의 준거(準據)는 좋은 공연장에서 훌륭한 공연을 하는 그 자체이다. 여기에 좋은 관객들까지 풍성하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되돌아보면 당시 허원제 국회의원이 발의한 부산시민공원 내 국립극장 유치 운동을 시작으로 개관까지 어언 15년여 세월이 흘렀다. 처음은 대·중·소극장, 야외공연장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공연시설로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었으나 이후 클래식 전용홀 필요성이 부각되며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온전한 국립극장으로 승인되지 못해 국비와 시비가 반반씩 투입되며 예산의 제한 탓에 부대시설 등 규모 축소의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제외되었던 파이프오르간과 무대 자동 리프트 장치 등이 박형준 시장의 결단으로 부활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과거 2014년 초에 필자가 BSO를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마치고 벅찬 마음으로 "오늘은 저와 BSO가 서울에서 여러분을 뵙지만 이제 곧 여러분이 부산을 찾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라고 멘트를 한 지도 11년이 더 지났다.
부산콘서트홀의 중요한 점들 중 첫째는 모든 관객이 균질한 최상의 자연 음향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빈야드 스타일이라는 특징 덕분에 모두가 연주자를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파이프오르간을 비롯한 공연장 그 자체가 압도적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연주홀은 관객이 만석을 이뤘을 때 최상의 음향이 구현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산 시민들이 좌석을 가득 채워주는 일이 바로 최상의 음향 조건을 충족시키는 화룡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산콘서트홀은 시민의 악기라는 것이다.
부산콘서트홀 시대가 도래한 지금,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냐마는 그런 것들은 차츰 시간을 두고 나아질 것이다. 지금은 좋은 점,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좋든 싫든 부산콘서트홀 시대는 부산 음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이 변동이 긍정적 결과를 낳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어림잡아 1년에 20만 명이 관람해도 부산 시민 모두가 한 번씩 관람하는 데 16년 이상 소요된다. 이를 위해 적어도 연간 200회 이상의 공연이 필요한데 결국 수준 높은 콘텐츠의 지속적 공급이 관건이며 이는 오롯이 예술가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참에 초대권 문화를 극복해 보기로 한 ‘클래식부산’의 의지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선택적 복지라 했다. 매표 문화의 정착은 만족스러운 문화복지도 누리고 그 결실은 젊은 예술가들의 미래를 활짝 여는 힘이 될 것이다.
부산콘서트홀 탄생을 위해 그동안 애쓰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부산콘서트홀은 앞으로 부산을 넘어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설 것이다. 글로벌스탠더드와 부산의 예술문화 역량이라는 두 지점이 나란히 만날 때 찬란한 결실을 마주할 것이다. 석향장열(碩響長烈)이라 했다. 뛰어난 소리는 길고 강렬하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부산의 뛰어난 소리가 멀리멀리 영원히 퍼지기를 기원한다.
2025-06-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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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다를 읽고, 세상을 잇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근대 세계사를 좌우했던 서구 열강은 바다를 통해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들에게는 두려움과 미지의 공간이었던 바다를 조사하고 바닷길을 탐험하며 세계를 연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720년 프랑스 정부가 처음으로 수로국을 창설한 이래 영국은 1795년에, 미국은 1807년에 각각 수로국을 설립하여 근대적 바다 조사와 해도 제작을 시작하며 바다를 향한 경쟁은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의 해양조사는 1949년 해군본부 수로국을 시작으로 1963년 교통부 수로국을 거쳐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 변화에 따라 해양조사의 역할과 지향점도 변화해 왔다. 1950년대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군함 작전을 지원했으나, 무역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대형화되는 수출입 선박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는 역할로 기능이 확대됐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천리안2B호 인공위성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해양 기후변화 예측, 해안 재해 예방 등 해양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까지 측정·수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해양조사 기술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UN에서는 해양조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해양의 활용을 위해 6월 21일을 ‘세계 수로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해양조사와 해양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같은 날을 ‘해양조사의 날’로 지정했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 혁신과 함께 해양조사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수중로봇과 자율운항선박 같은 무인 장비를 활용, 위험한 해역에서도 정밀하고 지속적인 조사가 가능해져 해양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 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양예측모델 정확도를 높이고, 해무, 수온, 해수 유동, 이안류 등 다양한 해양 예측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해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해양공간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해양의 효율적 관리와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새로운 정책 수립이 가능해지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도 해양조사 분야 기술혁신과 더불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해양조사 기술력은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수로기구(IHO)는 하나의 장비에서 전자해도뿐 아니라 실시간 해양 정보, 3차원 해저 지형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해도(해도 및 항행정보 통합표출) 도입을 앞두고 필요한 기술 검증과 교육을 담당할 거점 기구를 우리나라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IHO 위탁을 받아 개발도상국 해양조사 인력을 대상으로 매년 해양조사 및 해도제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7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방대한 해양 조사 정보를 토대로 바다경제 활성화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2025 CES(국제 가전 박람회)에서 국내 업체가 국립해양조사원이 생산한 해도를 기반으로 개발한 앱으로 해양빅데이터 스타트업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해양조사 자료를 이용한 산업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사례라고 생각한다. 낚시, 서핑 등 해양 레저 활동과 관련한 스타트업 창업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립해양조사원이 추진 중인 전국 연안 3차원 해저 공간 조사가 2027년 완료되면, 해상풍력과 해양자원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조사는 단순히 해양의 물리적 정보수집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신호, 해류와 조수의 흐름, 바다 속 지형과 생태계의 숨겨진 역학 등 바다의 모든 것을 읽고 해독하여 사람과 바다를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지난 6월 21일은 다섯 번째 해양조사의 날이었다. 국립해양조사원(부산 영도구 소재)에서는 ‘바다를 읽고 세상을 잇다’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정부는 정확한 해양조사를 통해 해양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다. 우리의 미래는 바다를 어떻게 읽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2025-06-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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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젠 소화기를 넘어…
과거 1990년대 반상회가 있었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한 가정 한 소화기 갖기 운동’을 비롯하여 명절 귀성길 ‘고향 부모님 댁에 소화기 드리기’ 등 주택 화재 초기 진화에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전 국민 소화기 비치 운동으로, 주택 뿐 아니라 모든 화재의 영역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마침내 2012년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주택에 설치하는 소방시설)로 열매를 맺어서 법적 지위까지 인정받았고. 2022년도에 법명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었다.
주택(아파트 제외)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 감지지 및 소화기)의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어 대형마트의 한 코너에서는 판매 부스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우리 생활 사이에 자리 잡았다고 본다면 눈을 조금 들어 주택 외 아파트의 경우는 어떠할까?
전 국민의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어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2024년도 1월부터 12월 말까지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를 통한 전국의 아파트 화재 건수를 살펴보면 총 3193건에 28명이 사망하고 335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08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냈다. 아파트 화재로 인한 대피 방법의 경우 2023년 12월 25일 서울 방학동 아파트 화재 이후 라디오의 재난 방송이나 소방청의 홈페이지에도 ‘아파트 화재 피난 안전 매뉴얼’을 통해 화재 발생 시 무조건 피난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피난을 고려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화재 발생 시 젖은 수건 등으로 입을 막고 계단을 이용해 지상층, 옥상 등으로 대피하거나 집안에서 대피가 불가능한 경우 화염·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꼭 막아야 한다.
각종 재난 현장과 소방행정 업무로 32년의 세월을 보내고 정년퇴직한 소방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아파트 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소방공무원 현직에 있을 때 아파트 소방교육에 나가보면 낮 시간대라 그런지 주로 어르신들과 경비원 몇 분들만 참여하고 실제 화재진압훈련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교육의 효과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화재 시 옥내소화전을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사용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아파트에는 소화기는 물론, 옥내소화전이라는 훌륭한 소방시설이 있다. 불이 나서 연기가 나오는 순간에도 옥내소화전을 사용하여 직접 진화하기보다 소방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옥내소화전은 소방관들만 사용하는 소방시설이 아니다. 소화기보다 진화 능력이 뛰어난 옥내소화전을 바로 옆에 두고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바로 옆에 있는 구명부환을 던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옥내소화전을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관창(노즐 nozzle)에 관한 부분이다. 관창에 관한 사용 설명은 옥내소화전 사용 설명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요즘 옥내소화전에 설치된 대부분의 관창은 개폐가 가능한 관창이다. 따라서 옥내소화전 함을 열고, 호스를 편 후 밸브를 열어 물을 뿌린다고 가정했을 때 관창이 열려 있을 때와 잠겨 있을 때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수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혼자 호스를 펴고 물을 개방했을 때 관창이 열려 있다면 그 호스는 소위 ‘뱀춤’을 추게 된다. 이리저리 날뛰는 호스를 잡기도 쉽지 않다. 이렇듯 옥내소화전을 사용할 땐 반드시 관창을 왼쪽으로 돌려 잠근 상태에서 밸브를 열어야 한다. 관창을 잡을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수압에 따른 흔들림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만약의 사고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초기 진화의 파수꾼 소화기를 넘어 이젠 옥내소화전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힘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25-06-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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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허브도시의 ‘스톡피시’ 전략
중세 유럽에서 북해의 대구를 말려 만든 스톡피시(Stockfish)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었다. 소금 없이도 수년간 보관 가능한 이 혁신적 기술은 노르웨이를 북유럽 무역의 패권국으로 만들었고, 한자동맹은 스톡피시 유통망을 장악해 유럽 경제를 좌우했다. 당시 '스톡피시'라는 말은 곧 기술력과 경제력의 상징이었다.
미래 부산에도 '스톡피시'가 필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격변의 시대, 부산은 단순한 항만도시를 넘어 동북아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열쇠가 바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KDB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 그리고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적 건설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글로벌허브도시들은 각자의 '스톡피시'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섰다. 싱가포르를 보라.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는 전략적 항만 위치와 창이공항이라는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과감한 금융특구정책과 규제완화를 통해 아시아의 금융·물류 중심지로 도약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 인재 확보, 기업 친화적 세제 도입 등 통합적 접근으로 단 한 세대 만에 세계적 도시로 부상했다.
두바이는 더욱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사막 위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두바이 국제공항과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대를 핵심 인프라로 삼아 중동의 비즈니스·관광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외국인 기업에 100% 소유권을 허용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하는 파격적 조치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스톡피시가 중세 국가의 생존을 좌우했듯,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산업은행 이전, 가덕도신공항은 대한민국과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인프라다. 특별법은 부산에 규제혁파, 세제혜택, 특구지정 등의 권한을 부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할 견고한 토대가 될 것이며, 산업은행 이전은 동북아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가능케 할 촉매제가 될 것이다. 또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을 세계와 연결하는 날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핵심 과제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로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덕도신공항 건설마저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최근 부지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당초 7년으로 계약된 공기보다 2년 연장된 9년의 공사 기간을 요구하면서, 2029년 개항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가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정부와 건설사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고난도 해상매립 공사의 기술적 난제,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사업자 선정 과정, 그리고 접근 교통망 구축 사업의 무응찰 등 복합적 문제가 얽혀 있다.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한 상황에서 부산은 싱가포르와 두바이의 스톡피시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이민사회를 통합하여 도시국가를 건설하는 장기적 비전을 추진했다. 리콴유 정부는 정원도시 계획부터 공공주택 정책, 영어 공용화, 산업육성까지 철저히 계획된 도시국가 발전 전략을 시행했다.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역시 석유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다각화를 일관되게 추진했다. 금융, 관광, 물류,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며 중동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변모했다. 두 도시 모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적 '스톡피시' 전략이 있었기에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배울 점은 명확하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자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을 갖추고 있는 싱가포르, 두바이, 인천이 모두 글로벌 허브로 도약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로 불리는 10조 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동북아 관문이자 부산의 새로운 '스톡피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 스톡피시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KDB산업은행 본사 이전,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이자, 동북아시아 경제지도를 재편할 국가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단기적 편의나 정치적 고려가 아닌, 장기적 국가 비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부산은 싱가포르나 두바이와 달리 강력한 제조업 배후단지와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금융과 첨단산업, 관광이 결합된다면 기존 글로벌허브도시들과 차별화된 부산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까지 더해진다면, 해운·항만·공항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중세 스톡피시가 유럽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글로벌허브도시로의 전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완전 이전에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야 하며, 가덕도신공항 건설 문제 역시 정부와 건설사가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공기 연장 요구를 단순한 계약 분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완벽한 공항을 건설하면서도 국가 발전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결단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제정되고, KDB산업은행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되고, 가덕도신공항이 성공적으로 건설되는 날, 우리는 오늘의 결단을 대한민국과 부산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2025-06-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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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시대’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최근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도전 앞에서 세계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인류는 오랜 시간 닫혀 있었던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길을 마주하게 됐으며, 단순한 항로의 개척을 넘어 글로벌 해운물류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경로보다 훨씬 짧은 거리로, 운항 일수와 연료 소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해양경제의 패러다임이다.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는 지금, 이 변화는 단순한 경로 다변화를 넘어 국제정세와 무역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존 해상운송의 병목지점으로 작용하던 수에즈운하와 말라카해협을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업계는 물론 관련 산업 전반에 중대한 기회와 도전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제 북극항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단순한 항로를 넘어, 국가 경제력과 기술력, 외교 전략이 집약된 총체적인 경쟁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리적 이점과 산업 인프라를 두루 갖춘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이 중심에는 동북아시아의 핵심 거점, 부산과 경남이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해양경제의 관문으로, 북극항로의 도래와 함께 세계 물류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부산항 신항, 김해국제공항, 진해신항(예정), 가덕도신공항(예정)을 아우르는 입체적 교통망, 첨단 제조와 물류가 융합된 산업단지, 그리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거점으로 성장 중인 복합지구들이 북극항로를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는 단지 이 새로운 항로를 ‘지나가는 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북극항로를 통해 유입될 에너지·자원 물류, 극지 특화 해운산업, 쇄빙선 등 특화선박, 친환경 선박정비 및 기술기업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군을 유치할 수 있는 준비된 플랫폼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북극권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지금, 국내에서도 이러한 미래 산업 기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배후공간의 확보와 더불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자유구역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물리적 범위를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입지 수요는 점점 더 복합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한 물류 이점만으로는 기업을 끌어올 수 없다. R&D, 생산, 물류, 정주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종합 비즈니스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이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국내외 물류·제조·에너지 기업 간의 협업과 융합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해양산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전략적 재배치 또한 필연적인 과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신속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주문했다. 단순한 행정조직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미래 해양경제 중심축을 실질적인 현장으로 옮기는 중요한 국정 과제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국가적 어젠다가 현실화되는 이 시점에, 해양정책의 심장부가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 체감할 수 있는 부산에 자리잡는 것은 정책 실행력과 효율성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실현될 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그 핵심 파트너로서 대한민국 해양경제의 재도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항로의 출발선에 서 있다. 북극항로의 개척은 물류의 판도를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글로벌 경제 질서의 흐름을 새롭게 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세계를 잇는 해양경제의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한다. 글로벌 투자기업이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는 품격 있는 공간, 첨단 물류와 제조가 공존하는 미래형 산업 플랫폼, 그리고 지속가능한 해양경제의 전진기지로서, 우리는 앞으로도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2025-06-15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