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조기교육,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
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지구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후위기, 생태계 붕괴, 사회적 양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ESG는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모든 세대가 공유하고 실천해야 할 새로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조기교육이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가치관과 습관은 인간의 삶 전반을 지배한다. 이 시기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평생을 좌우하는 기본 틀을 만들어낸다.
(사)ESG시민운동본부는 이 점에 주목해, ESG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산업사회는 경제인을 길러냈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내재한 시민을 길러야 한다. 어린 시절 ESG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지 못한 세대는 결국 환경 파괴와 사회적 무책임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반면, ESG 조기교육을 일찍 도입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성과를 입증했다. 학교에서 기후위기 대응, 인권 존중, 공동체 의식을 교육받은 아이들은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을 생활화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50 탄소중립 달성, 인구절벽 대응, 사회적 신뢰 회복 등 국가적 과제는 ESG적 가치관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 ESG 조기교육을 실천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지속가능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
조기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과 실천을 통해 가치관을 심어야 한다. 쓰레기 분리배출 캠페인, 지역사회 봉사, 투명한 규칙 만들기 등 아이들이 참여하며 배우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ESG 실천의 롤모델이 되어야 하며, 가정 역시 작은 행동을 통해 ESG 가치를 생활화해야 한다.
부산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ESG시민운동 조례'를 제정하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ESG시민운동본부 역시 부산광역시 및 남해군 지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ESG척척박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현재까지 428명의 학생이 수료증을 발급받았으며, 자체 모니터링 결과 수료생들은 가정 내에서 ‘ESG 지킴이’로 활동하며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들이 만든 변화는 지역사회의 ESG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ESG 조기교육을 공식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재 개발과 교사 연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역시 청소년 대상 ESG 프로그램을 후원해, 미래 인재 육성에 동참해야 한다.
(사)ESG시민운동본부는 시민 중심의 ESG시민운동 확산,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지역사회 실천 캠페인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부산일보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ESG 가치 실현을 위한 공익적 연대의 일환으로 시민과 언론이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는 공론의 장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ESG 공시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지역 시민들의 ESG 인식 제고와 생활 속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의미를 가진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도 온 사회가 함께 ESG 시민을 키워야 한다. 조기교육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다. 지구를 살리고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떤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 ESG 조기교육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고, 오늘의 교육이 내일의 문명을 바꾼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망설임 없이 ESG 조기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행동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