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부산 부동산, 4년 만에 ‘돌풍’ 조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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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엘 센텀 등 대어급 분양 잇따라
견본주택 앞엔 떴다방까지 등장
청약 저조 서부산도 계약 잇따라
모처럼 기지개 켜는 지역 부동산
청약 결과가 향후 시장 ‘분수령’

부산에서 4년 만에 ‘떴다방 주의보’가 나올 정도로 분양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르엘 리버파크 센텀 모델하우스 옆에 떴다방이 등장해 견본주택 방문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4년 만에 ‘떴다방 주의보’가 나올 정도로 분양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르엘 리버파크 센텀 모델하우스 옆에 떴다방이 등장해 견본주택 방문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프리미엄 2000만 원부터 시작해요.”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구 ‘르엘 리버파크 센텀’의 견본주택을 방문했던 이 모(36) 씨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누군가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견본주택 인근에 진을 치고 있던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체) 관계자였다. 이 씨는 “전용 154㎡ 타입의 고층일 경우 프리미엄이 훨씬 더 붙을 수 있다고 했다”며 “수십 명은 돼 보였다. 책임지고 비싸게 팔아줄 테니 연락을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르엘 리버파크 센텀과 써밋 리미티드 남천 등 부산에서 대어급 분양이 잇따르면서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4~5년 만에 다른 지역에서 떴다방이 출장을 올 정도로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청약 성적표가 저조했던 서부산권 역시 ‘분양 훈풍’이 불고 있다.

17일 백송홀딩스에 따르면 르엘 리버파크 센텀의 견본주택 방문객은 평일에도 3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아파트들의 견본주택은 평일에 수백 명만 와도 ‘대박을 쳤다’고 할 정도니, 기대 이상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픈 첫 주말인 지난 11~13일에는 3만 3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와서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수도권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인파와 차량이 북새통을 이루는 탓에 문 닫는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추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마저 출몰하고 있다. 이들은 천막 같은 간이 사무실을 차려놓고 분양권 전매를 알선한다. 떴다방은 그 자체가 불법이고,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이 알선 행위를 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에서 당첨되면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주겠다는 식으로 떴다방 영업을 한다”며 “떴다방이 찾아올 정도로 지방 첫 르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와 기대가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기 동안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던 서부산권도 서서히 훈풍이 불기 시작한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에코델타시티 24블록에 건립되는 ‘에코델타시티 아테라’는 지난 15일 기준 전체 1025세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5세대(48.3%)가 계약됐다.

66건의 가계약도 추진 중이어서 계약률이 조만간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실시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이 0.3 대 1에 불과할 정도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 분위기가 꾸준히 좋아지면서 빠른 속도로 계약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대우건설이 동구 범일동에 건축 중인 블랑 써밋 74 아파트 998세대가 ‘완판’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남천동 옛 메가마트 자리의 써밋 리미티드 남천과 옛 NC백화점 서면점 부지의 서면 써밋 더뉴, 쌍용 더 플래티넘 서면, 가야역 롯데캐슬 스카이엘 등 우수한 입지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들이 잇달아 분양을 예고한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해양수산부 이전, 수도권 대출 규제 등으로 지역 매매 시장에서도 급매물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대어급 분양 아파트들을 필두로 부산 분양 시장이 길고 길었던 침체기를 끝내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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