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하차장 확보 못해 보류된 ‘통학버스 도입’ 재점화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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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초등 사설 통학 차량 사건 ‘파장’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약 200명 통학
안전 이유로 70여 명 통학차 이용 중
올초 교육청 통학버스 2대 예산 배정
학교운영위, 승하차 지점 미비로 부결
학부모 “사설 차량 이용하며 위험 노출”
신축 아파트 입주 때마다 ‘논란’ 반복

20일 오후 A 아파트에서 양정초등학교로 가는 주요 통학로. 별다른 보행자 보호 시설이 없는 좁고 가파른 길로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김동우 기자 20일 오후 A 아파트에서 양정초등학교로 가는 주요 통학로. 별다른 보행자 보호 시설이 없는 좁고 가파른 길로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김동우 기자

부산의 한 초등학교 사설 통학 차량이 학생 9명을 태운 채 학교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부산일보 10월 20일 자 2면 보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피해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통학버스 도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교육청에서 해당 학교에 통학버스 도입 예산을 배정했지만 승하차 지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영이 보류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20일 부산 부산진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현재 A아파트에서 양정초등학교로 통학하는 학생은 약 200명이다. 이 가운데 70여 명은 사설 통학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입주 이전인 지난해부터 통학버스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약 1km 떨어진 양정초등학교에 배정되는데, 걸어다니기에 거리가 멀고 보행자 보호 시설 등이 미비해 위험하다는 이유다. A아파트에서 양정초로 이어지는 주요 통학로 일부는 좁고 가파른 도로로 안전표지나 펜스 등 보행자 안전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인근 공사 현장에 출입하는 대형 공사 차량도 수시로 다니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 16일 발생한 사설 통학 차량 사건이 통학버스 도입이 지연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한다. A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통학버스가 운영되지 않아 어쩔수 없이 사설 통학 차량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초 양정초, 부산진구청, 부산진구의회, 경찰 등 관계 기관과 ‘양정초 통학로 안전 확보 방안 회의’ 등을 거쳐 통학버스 2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예산 6900만 원을 배정했다. 통학버스는 학교에서 직접 업체와 계약해 운영하기 때문에 사설 통학 차량 사업자에 비해 규모가 크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통학버스 도입은 보류 상태다. 지난 5월 양정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승하차 지점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안건을 부결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적절한 승하차 지점을 먼저 확보해야 통학버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학버스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통학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의 안전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승하차 장소가 없는 상황에서 통학버스를 운영하면 학교 안팎 차량 혼잡이 심해지고, 사고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이유다. 승하차 장소로 검토된 운동장은 이른 오전부터 운동장을 사용하는 운동부가 있어 곤란하고, 정문 앞 도로도 좁아 차량을 세울 경우 오가는 차량들로 큰 혼잡이 빚어져 사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통학버스가 도입되면 사실상 A아파트 전용 스쿨버스가 된다며 형평성 등을 이유로 도입에 반대하기도 한다.

현재 부산 304개 초등학교 가운데 통학버스가 운영되는 곳은 14개 학교다. 최근 부산에서는 학교 인근 신축 아파트 입주 때마다 통학버스 도입과 사설 통학 차량 운영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동래구에서는 사설 통학 차량 하차 지점을 놓고 배정받은 초등학교와 갈등이 빚어지자 입주자대표회의가 학교장을 고소하기도 했다.

양정초 관계자는 “학교 위치가 승하차가 원활하지 않은 곳에 있고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많기 때문에 스쿨버스 승하차 과정에서 모든 학생들의 안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도 적합한 승하차 장소를 물색하는 등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통학 차량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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