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양정 갈 통학차가 울산 양정으로… 놀란 아이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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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초 학생 9명 탄 사설 통학차
70분 동안 다른 곳으로 이동해
학부모 신고로 경찰 위치 추적
운전기사 “길 착각했다” 해명
경찰,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

경찰이 학원 차량 법규 위반 사항을 점검·단속하고 있다.(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이 학원 차량 법규 위반 사항을 점검·단속하고 있다.(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부산의 한 초등학교 사설 통학 차량이 학생 9명을 태운 채 70여 분간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 학부모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기사는 길을 착각했다고 해명했는데, 경찰은 운전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했다.

19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25분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한 도로에서 70대 운전기사 A 씨가 몰던 사설 통학 차량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 씨가 학생들을 차량에 태운 채 원래 가야 하는 학교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당시 차량에는 양정초등학교 1~5학년 재학생 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A 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께 부산진구 양정동의 B아파트 단지에서 학생들을 태웠다.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까지는 평소 통학 차량으로 15분가량 소요되는데, 예정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차량이 학교에 도착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한 학생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알렸다.

한 학부모에 따르면 당시 아이와 통화를 하며 스피커폰 기능으로 A 씨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A 씨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놀란 학부모들은 A 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아이들의 휴대전화기에 설치된 위치 추적 기능을 토대로 A 씨의 차량을 B아파트에서 7km가량 떨어진 안락동의 한 도로에서 멈춰 세웠다.

경찰은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았다. 당시 A 씨 차량의 내비게이션에는 부산진구 양정초와 이름이 같은 울산 북구의 양정초가 목적지로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학 차량은 A 씨를 대신해 경찰관이 학교까지 몰았다. 학생들은 이날 10시 20분께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놀란 학생들은 이날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조퇴했다. 일부 학생들은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 등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준공된 B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양정초등학교로 배정됐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이 멀고 7차로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등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설 통학 차량을 이용해 자녀들을 통학시켜 왔다. 이에 B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통학버스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부모들과 학교 측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양정초 한 학부모는 “통학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설 통학 차량으로 자녀들을 등교시키던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이날 오전부터 비가 많이 내려 길을 착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지난 3월부터 해당 통학 차량을 운행해 왔던 만큼 정확한 경위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왜 차량을 학교가 아닌 곳으로 몰고 갔는지 등 범죄 혐의점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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