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 부산 생숙 4300실에 이행강제금… 수분양자 ‘비상’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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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 이행강제금 ‘폭탄’ 초읽기

24일 기준 준공 완료 생숙 34%
용도변경·숙박업 신고 ‘미조치’
공사 중인 생숙 7510실 포함 땐
이행강제금 대상 ‘1만 1873실’
국회 용도변경 동의율 완화 논의
법 시행 시차로 당장 도움 안 돼
내달부터 각 지자체서 단속 시작
시 “국토부 지침 따라 진행 계획”

다음 달부터 4300실이 넘는 부산 지역 생활형 숙박시설이 용도 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생숙인 해운대 엘시티(위)와 동구 협성마리나G7, 롯데캐슬 드메르. 정종회 기자 jjh@ 다음 달부터 4300실이 넘는 부산 지역 생활형 숙박시설이 용도 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생숙인 해운대 엘시티(위)와 동구 협성마리나G7, 롯데캐슬 드메르. 정종회 기자 jjh@

4300실이 넘는 부산 지역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거나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아 다음 달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공사 중인 곳을 포함하면 1만 2000실에 가까운 생숙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판인데, 수분양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준공이 완료된 부산의 생숙은 1만 2751실이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마친 곳은 1964실, 숙박업으로 신고를 완료한 곳은 6424실이다. 준공된 생숙의 34%인 4363실은 아직 용도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다음 달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의 생숙은 7510실이다.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1만 1873실이 이행강제금의 부과 대상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달까지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만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개시를 유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절차를 신청하지 않아 유예를 받지 못하면, 생숙 소유주는 매년 건축물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준공된 생숙은 총 18만 2826실이 있는데 이 가운데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미조치’ 물량은 4만 36실에 달한다.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물량 3만 9807실을 더하면 전국에서 무려 7만 9843실이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용도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행강제금 부과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 22일 이상경 1차관 주재로 생숙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0월 생숙 합법 사용 지원방안 발표 이후 건축법 개정 등 여러 제도 개선을 시행했다”며 “이달 말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소유주들이 합법 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독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생숙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전까지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경우 피난·방화 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 성능을 인정받으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때 복도 폭 기준을 ‘1.5m 이상’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준을 맞추지 못해 혼란이 이어졌다. 부산의 한 생숙 수분양자는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생숙 건물의 복도 폭을 넓히거나 주차장을 추가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비용 부담도 모두 수분양자들의 몫”이라며 “게다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분양 계약자들이 100% 동의해야 하는데, 용도변경에 대한 생각이 수분양자들끼리 달라 합의를 보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공사 중인 생숙의 용도변경 동의율을 기존 100%에서 80%로 완화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될 때까지 시차 등을 감안하면 이미 준공된 생숙 등 현장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부터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단속이 시작될 전망인데 어느 정도 퇴로를 열어두면서 접근할지 아니면 소위 ‘때려잡는’ 식의 단속이 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부산시 관계자는 “다음 주쯤 국토부에서 점검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하달할 예정인데 그에 맞춰 진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숙은 취사가 가능한 호텔형 숙박시설로, 집으로 분류되지 않아 부동산 과세에서 제외되는 등 부동산 활황기 때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청약통장 없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집이 아니어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빠졌다. 당시 부산 북항의 한 고급형 생숙은 평균 경쟁률만 356 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2021년부터 주거용 불법 전용을 금지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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