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연합군 ‘현관문 앞 전쟁’ [비즈앤피플]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쿠팡 이커머스 독주에 네이버 도전장
컬리·롯데유통군과 ‘반쿠팡 연대’ 결성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설립 승인
상품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도 확산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쿠팡이 독주하던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지각변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아성을 넘지 못하던 경쟁사들이 속속 연합체를 구성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시작한 것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을 제외하면 저조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G마켓과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대기업 계열의 이커머스 기업은 지난 2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 사이 쿠팡은 이커머스 구매·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쿠팡이츠’(배달앱), ‘쿠팡플레이’(OTT)를 결합하며 1강 체제를 굳혔다.

독주를 준비 중인 쿠팡의 1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다. 네이버는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물류기업을 규합하며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전문기업 컬리가 네이버플러스스토어에 입점했다. 네이버는 컬리와의 협업에 그치지 않고 롯데 유통군과의 협업까지 진행하는 등 쿠팡과 이커머스 양강구도 굳히기를 노린다. 여기에 신세계와 알리익스프레스 연합까지 더해지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는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광폭행보, ‘반쿠팡 연대’ 결성

가장 주목받는 ‘반쿠팡 연대’는 최근 손을 맞잡은 네이버·컬리 연합이다. 이달 초 네이버와 컬리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에서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양사가 ‘컬리N마트’를 오픈하며 네이버에서도 새벽배송과 소용량 상품 장보기가 가능해졌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으로 컬리의 신선식품 공급 역량과 물류 인프라를 공유하고, 컬리는 네이버의 4000만 유저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쿠팡과 함께 양강구도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재방문율이 높은 ‘단골 고객’을 가장 큰 강점으로 앞세웠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부문장은 “그동안 네이버 커머스는 판매자 중심의 기술, 정책, 교육 등 친판매자 중심 전략으로 성장했다”며 “AI 커머스 시대에서는 이를 친사용자 생태계까지 확장, ‘단골력’을 높이기 위해 빅브랜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컬리의 물류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이달 초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 컬리 상품 외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컬리N마트에 대해 “컬리 최초의 외부 플랫폼 진출로, 더 큰 성장을 위한 기회”라며 “네이버에 입점한 셀러들도 컬리의 배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 플랫폼 내 핵심 장보기 서비스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빼면 대부분 적자, 연합전선이 돌파구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나머지 경쟁사들에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수조 원을 투입한 물류 인프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신선식품과 퀵커머스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은 올 2분기 매출 11조 976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43억 원 적자에서 2093억 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1.7%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추격자’ 네이버의 2분기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9.8% 성장한 8611억 원을 기록했다. 손익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영업이익률을 앞설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신세계 그룹 계열의 G마켓과 SSG닷컴, 롯데 계열의 롯데온 등 전통 유통 대기업의 이커머스 계열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 쿠팡에 맞서 개별 기업이 유사한 사업 모델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각자 보유한 강점을 앞세워 동맹을 구축하는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커머스도 가세, 경쟁 가속화

중국계 전자상거래(C커머스) 공세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신세계그룹의 지마켓(G마켓·옥션)과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합작법인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양측은 합작법인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각 돌입했다. 이번 합작을 통해 신세계는 알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K푸드, K뷰티 등 역직구 시장을 노리고, 한국 시장을 노크하던 알리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를 등에 업고 국내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두 기업의 합작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현대판 나당연합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그만큼 이커머스의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로 미국의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 면세 혜택이 폐지됐다. C커머스 업체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며 “이런 움직임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시간 내 배송” ‘퀵커머스’로 전선 확대

연합군 결성을 통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소용량 장보기 상품을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로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에서 1시간 내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는 채소와 육류 등 신선식품에 강점을 지닌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사활을 건 분야다. 1인가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 확대가 맞물려 퀵커머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것이다.

우선 롯데는 쿠팡 대항마로 급부상한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롯데마트·슈퍼,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결제 시 적립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세븐일레븐 등 롯데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네이버 퀵커머스 서비스 ‘지금배달’과 연계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마트는 배달의민족(배민)과 퀵커머스 협력을 넓히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현재 61개 이마트 점포에서 즉시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퀵커머스 가능 점포를 연내 80개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배민 협업과 별개로 SSG닷컴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이마트 부산 문현점을 비롯한 전국 19개 점포에서 이용 가능하다.

배민은 이마트와의 협업과 별개로 홈플러스, GS리테일, CU 등과 제휴하며 대부분의 기업협 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이 입점해 퀵커머스 시장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인구 구조 변화와 온라인 쇼핑 확대 등이 맞물려 퀵커머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3500억 원 수준이던 퀵커머스가 올해 5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 증가, 비대면 소비 확대, 외식물가 상승 등 소포장 신선식품을 즉시 배송받는 퀵커머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