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은행 다 떠나고 국제금융도시?… “영미법 적용해야”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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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은행은 중국공상흥행 지점 유일
2001년 7개 지점에서 계속 줄어들어
생선성 높고 국제선 많은 수도권 선호
“글로벌 투자자 선호하는 영미법 필요”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모습. 부산일보DB

외국은행 다 떠나고 지점 1곳만 남은 도시 부산. 글로벌 금융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현 주소다.

글로벌 자본과 금융기관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국제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선진시장 관행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영미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보고서 ‘부산금융중심지육성과 영미법 적용 이슈’는 부산이 금융중심지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음에도 외국은행 영업지점 수가 1곳 밖에 없는 현실을 짚었다. 2001년만 해도 7곳의 외국계 은행 지점이 부산에 있었지만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해 지난해 야마구치은행 철수 후에는 부산에 중국공상은행 지점 1곳만 남았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회사 166곳 중 164곳이 한국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고, 1곳은 인천에, 1곳은 경기에 있다. 부산은 전무하다.

보고서는 해외 투자자나 외국 금융기관 입장에서 부산이 아닌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로 50%가 넘는 생산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부산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들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5월 9일부터 한달간 국제선 운항편수는 인천공항이 3만 4349편인데, 김해공항은 1954편으로 부산은 수도권에 비해 5.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동북아 경제규모에 맞는 금융중심지가 필요하지만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부산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홍콩은 일국양제를 통해 여전히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후 세계 투자자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일부 기능을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국제금융중심지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런던금융특구 싱크탱크의 자문을 받아 호치민에 국제금융센터를 조성하는 특별법안을 준비 중이다. 카자흐스탄은 헌법과 법률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헌법법령을 별도로 제정해 영미법이 통용되는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를 육성 중에 있다.

보고서는 “해외금융기관들이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시장임에도 실제로는 기대하는 수준의 효율성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인식한다”며, “선진시장 수준의 관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중심지 행정에 대한 신뢰, 금융 감독 및 인·허가 절차에 대한 신뢰,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 절차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호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은 “전 세계 금융계약과 투자계약, 파생상품 거래의 90% 이상이 뉴욕법에 기반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영국, 뉴욕, 싱가포르처럼 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선호한다”면서 “투자자에게 신뢰성과 친숙성을 제공하며 예측가능성이 높고 당사자간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영미법이 금융중심지 육성에 유리하다”며 영미법 적용 특구를 제안했다.

실제 지난 2021년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박성훈 의원은 부산에 영미법을 적용받는 특수지구를 만들어 홍콩 다음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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