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새 학생 37% 준 부산 교육… “지금이 체제 바꿀 적기" [2025 부산인구 미래포럼]
학령인구 감소시대, 교육의 역할
올해 기준 29만 4000명에 불과
2033년엔 10만 명대로 떨어져
부산형 통합운영학교 대안 제시
직업계고 재편해 인재 유출 방지
토론 수업·논술 평가 확대 필요
부산의 학령인구는 올해 기준 29만 4000명이다. 2010년(46만 7000명)과 비교하면 15년 새 37%나 줄었다. 학생 10명 중 4명이 사라진 셈이다. 2033년에는 처음으로 학령인구가 1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추세는 교육 인프라와 지역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청소년과 청년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지역의 위기가 학교의 위기로, 다시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5 부산인구미래포럼의 제2세션 ‘학령인구 감소시대, 교육의 역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금이 교육 체제를 전환할 ‘골든 타임’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성병창 부산교대 명예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국가의 성장 기반을 흔들고 있지만 위기가 아닌 구조 전환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운영학교, 대안으로 주목
세션 토론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학교 운영 방식이 제안됐다. 이상철 (사)부산교육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초중, 중고교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통합운영학교 모델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통합운영학교는 행정·시설만 함께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핀란드·영국 등은 교사 인사와 교육과정까지 아예 하나로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소장은 “부산형 통합운영학교를 안착시키려면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과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폐교보다는 도심형 분교, 소규모학교 공동화 등 지역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조직 개편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 소장은 “지금처럼 본청·교육지원청 중심 체계로는 줄어드는 교원 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학교 중심의 밀착 행정, 현장 지원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교육 통한 정주 여건 개선
공교육을 강화해야 부모들이 아이를 부산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석규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과장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이 맞물리면서 학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지역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소규모학교를 무작정 통폐합하기보다는, 교과 전담 교사 배치, 운영비 지원, 열악 지역 교사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택했다. 기장 정관신도시와 농어촌의 과밀·과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작은 학교 자유통학구역제’가 대표 사례다.
직업계고 재편도 본격화된다. 부산항공고(2024년), 부산해군과학기술고(2025년) 개교를 통해 지역 산업과 연계한 고졸 취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장은 “양질의 직업 교육과 지역 일자리 연결로 인재 유출을 줄이겠다”며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도 덜어내겠다”고 말했다.
■수업·평가 방식도 뒤바꿔야
수업과 평가의 방식도 근본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혁제 부산일과학고 교장은 자기관리, 소통, 창의력 등 6대 핵심 역량을 강조하며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해 실험, 토론, 프로젝트 같은 교수법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논·서술형 평가 확대와 함께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와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동서 격차로 대표되는 지역 교육 격차 문제도 제기됐다. 이재웅 부산시학교학부모총연합회 회장은 “동부산과 서부산의 교육 격차가 곧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이 집중된 지역은 교육 환경뿐 아니라 대중교통 등 기반시설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반면, 노후 도심 지역은 인구 유입을 위한 주거 환경 정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잉 시설 투자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금처럼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과잉 증개축을 반복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질 중심, 소프트웨어 중심의 교육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