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파면… 분열·혼란 딛고 국가 위기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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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법리 적용 치밀·만장일치 인용 논란 차단 평가
尹 “죄송”… 폭력·극단 행동 끝내고 국민 통합 시대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관계자들이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관계자들이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게 됐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령의 위헌·위법성을 이유로 제기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8인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해 파면을 선고했다. 계엄 선포 이후 122일,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직선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중 쫓겨나는 건 국가적 비극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시킨 것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안팎의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헌재의 선고 요지는 명쾌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해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인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 5개가 모두 인용됐고,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는 데 재판관 전원이 동의했다. 헌법상 국가원수의 지위를 갖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기는커녕 헌법 위에 군림해 초법적인 일탈을 하는 경우 사법적 심사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공화국의 원리가 확인된 것이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논리는 대부분 배척됐다. 12·3 계엄이 경고성·호소용이라거나 부정선거 탓이라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고,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국회의원을 끌어내려 했다거나 주요 정치인의 위치 추적을 시도한 의혹은 사실로 인정됐다. 내란죄 철회, 국회 일사부재의 위반을 따진 각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리 적용에 빈틈이 없는데다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원천 차단된 것으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헌재의 파면 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헌재의 파면 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헌재 선고 직후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윤 전 대통령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대국민 사과나 승복 의사를 굳이 밝히지 않던 과거 모습과 달라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자유통일당은 “부당한 결정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시민 불복종 투쟁을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과 여당은 헌재 선고 불복 세력과 단절해야 하고, 나아가 이들이 법치주의의 틀 속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대통령 파면 사태에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헌재는 선고문에서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회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사태를 그 지경으로 만든 데에 야당이 완전히 면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파면이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야권도 대화와 타협이 있는 정치 복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안팎으로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국정 리더십 공백이 초래됐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직격탄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민생도 힘겹다. 지금 이 순간 경제와 민생의 위기보다 중요한 국가 현안은 없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내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광장의 분열과 적대는 이제 끝내고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열자. 대한민국 특유의 전화위복의 저력을 발휘할 때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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