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전면 거부’ 尹, 현직 대통령 첫 구속 기로
16일 공수처 2차 조사 불출석
전날 체포 후에도 진술거부권
공수처, 구속영장 청구 방침
체포적부심사 결과 따라 진행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윤 대통령이 피의자 조사를 사실상 전면 불응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기에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일 진행한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문 결과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체포영장 시효 마감 전에 서둘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공수처는 16일 오후 2시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출석 요구 시간 10분 전인 오후 1시 50분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불출석 의사를 공수처에 전달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 후 10시간 40여 분에 걸친 공수처 조사에서 검사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전속관할권을 위반한 ‘불법 영장’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사란 체포·구속 영장의 발부가 법률에 위반되는 등의 경우 기소 전 관할 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적부심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가 맡았고, 공수처도 서울중앙지법에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적부심사에서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이 불법인 만큼, 체포 자체가 불법이라는 기존 주장을 재판부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체포가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더 이상 조사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되면 이 역시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사를 신청함에 따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시효(48시간)는 체포적부심사 시간만큼 연장된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윤 대통령은 최장 20일 동안 서울구치소에 구금돼 공수처와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공수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각각 10일씩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대통령의 12·3 내란 당시 군경 지휘부에 국회를 장악한 뒤 국회 주요 인사를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등 ‘내란 우두머리’로서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경 지휘부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윤 대통령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