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입 닫고도 “충분히 이야기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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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체포 이틀째도 조사 거부
부당성 강조해 지지층 결집 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사에 불출석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사에 불출석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첫 조사에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고, 조사 이틀째인 16일엔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부당한 수사기관 수사를 거부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오후 1시 50분쯤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거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첫 조사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 등에 대한 일방적인 진술을 이어 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본격적 조사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발생 당일의 구체적 사실관계나 관계자들의 진술에 기반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사실상 공수처의 수사를 거부하는 ‘지연 전략’을 지난 15일 체포 이후에도 지속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당초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고,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수사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또 관할권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는 입장에서 체포가 부당하다고도 주장해 왔다.

결국 공수처가 주도한 수사에 대한 거부 명분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탄핵심판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수사기관의 조사 방향을 먼저 파악해 향후 법정 다툼을 대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을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원래 체포적부심사는 관할 법원에 하게 돼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 체포·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발부했고, 첫 영장에는 군사기밀이나 공무상 비밀 장소의 압수·수색에 승낙을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의 적용 예외를 명시한 점 등을 이유로 서부지법에 불신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적부심을 중앙지법에 청구해 향후 다툼의 무대를 중앙지법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임박한 구속영장에도 대비하는 현실적 필요성도 담고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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