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부산은 이제 ‘브랜드 도시’가 되어야 한다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
‘제품’ 아닌 ‘경험’ 소비하는 시대
부산에 훌륭한 원재료 차고 넘쳐
문제는 부족함 아닌 재해석 능력
산업의 미래는 상상력에서 시작
어묵, 세계를 넘어 우주로 갈 것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 형 어묵 판매점을 시작한 삼진어묵 부산 영도본점. 부산일보DB
부산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도시였다. 항만이 있었고, 수산업이 있었고, 제조업이 있었다. 사람들은 부산에서 물건을 만들었고, 전국으로 보내고, 세계로 수출했다. 그 시대 부산의 경쟁력은 ‘생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단순히 많이 만들고,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 제조 중심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도시와 기업은 단순 제조가 아니라 ‘어떤 경험과 이야기를 만드는가’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성수동이나 일본 도쿄, 후쿠오카 같은 도시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곳에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감성과 문화, 이야기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제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이 담고 있는 철학과 경험을 소비한다. 커피 한 잔도 단순히 맛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그 공간의 분위기, 브랜드의 태도, 지역의 이야기까지 함께 소비한다. 결국 지금 시대의 경쟁력은 ‘브랜드를 만드는 힘’이다.
부산 역시 이제는 단순 산업도시를 넘어 브랜드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기업들도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경험을 주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삼진어묵이 ‘어묵베이커리’를 시작했던 이유도 비슷했다. 어묵은 원래 시장이나 반찬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묵이 가장 맛있는 순간은 “갓 튀겨졌을 때”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빵집처럼 진열하고, 현장에서 바로 만들고, 선물 문화와 연결하고, 공간 자체를 경험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결국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어묵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처음 맡았을 때 단순 생산 중심 구조만으로는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단순 생산만으로는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결국 중요한 것은 ‘재해석’이었다. 같은 어묵이어도 어떤 가치와 경험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산업이 될 수 있었다. 브랜드란 단순히 이름이나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품질, 운영의 지속성, 고객 경험,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애정이 함께 쌓여야 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부산에는 이미 훌륭한 원재료가 많다. 바다가 있고, 항구가 있고, 골목이 있고, 사람이 있다.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재해석의 능력’이다. 부산은 이제 전통 산업 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문화와 브랜드를 만드는 도시로 확장되어야 한다. 젊은 창작자와 브랜드, F&B, 디자인, 문화가 연결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오래된 산업도 새롭게 해석되면 전혀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부산은 바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제대로 ‘바다를 브랜드화’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원물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수산업을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수산물을 지역 문화와 연결해 브랜드화했고, 북유럽은 씨푸드를 건강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앞으로는 블루푸드와 해양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수산업도 이제 단순 가공 산업이 아니라 관광, 콘텐츠, 헬스케어, 공간 경험과 연결되어야 한다. 부산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이 가능성이 큰 곳이다. 나는 언젠가 어묵도 세계를 넘어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 들으면 웃을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산업의 미래는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생선을 단순 원물로 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문화와 경험, 미래 식량 산업으로 바라본다. 그 차이가 도시의 미래를 만든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남쪽 끝 도시가 아니라, 앞으로 세계 해양문화와 블루푸드 산업을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다시 해석하는 것. 그리고 그 재해석이 결국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전체를 함께 성장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