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죽음도 상품이 되는 시대 - 데이미언 허스트와 자본주의적 숭고
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1990년대 영국 미술계를 흔든 ‘영국 청년 작가들’(YBAs) 중 가장 큰 명성과 논란을 함께 얻은 인물은 단연 데이미언 허스트이다. 그는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상어, 소, 양 등의 사체를 보존한 일련의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가 회피해 온 죽음의 물리적 실재를 전시장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직접 대면한 ‘살아 있는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서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에서 상어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위협은 이미 무력화되어 있다.
칸트적 의미에서 숭고는 인간의 표상 능력을 넘어서는 거대함이나 압도적 힘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경외와 두려움을 전제로 했다. 동시에 인간은 그러한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사유하고 견뎌낼 수 있는 자신의 이성 능력을 자각하면서 숭고를 경험한다. 다시 말해 숭고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공포를 넘어서는 정신의 자각이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숭고를 포스트모던 시대에 다시 해석하며, 재현 불가능한 것을 묘사하고자 할 때, 다시 말해 이미지와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균열과 부재의 감각에서 숭고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18세기 인간 두개골을 본뜬 백금 캐스트 위에 8600여 개의 다이아몬드, 실제 사람의 치아, 이마에 52캐럿의 대형 핑크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작품이다. 여기서 죽음은 혐오나 공포를 넘어 최고급 사치품처럼 제시되며, ‘숭고’는 더 이상 인간을 초월로 이끄는 감정이 아니라, 통제되고 연출된 충격, 혹은 자본의 규모와 욕망을 체감하게 하는 시각적 효과로 전환된다. 허스트의 해골은 죽음을 보여주지만, 정작 죽음 자체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와 같이 허스트의 죽음 이미지는 화려한 표면 아래 결코 완전히 재현되거나 소유될 수 없는 죽음의 공백을 남긴다는 점에서, 리오타르가 말한 포스트모던 숭고의 흔적 또한 드러낸다.
한편, 해골의 과도한 치장은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화폐의 물신성(物神性)’을 드러내려는 허스트의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소비 자본주의의 논리에 깊숙이 편입된다는 점에서 역설을 드러낸다. 허스트는 2008년,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던 관행을 깨고, 신작 작품들을 곧바로 소더비 경매에 출품하면서 예술가가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 자체를 작품처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능숙하게 희소성, 화제성, 고가 판매 전략을 통해 자본주의 미술 시장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그는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체제와 공모하는 작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지점에서 허스트는 예술이 위안이 아니라 불편함을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야 한다는 YBAs의 태도를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죽음을 장식한 것은 해골이 아니라 욕망이었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