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제한입찰로 공공계약 '부산 패싱' 차단 [부산을 산다 부산이 산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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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지역 수주 사각지대

300억 이상 대형 공사 입찰서
보호 제도 없는 지방업체 소외
IT 용역 75%는 역외 기업 수주
물품 계약도 지역 배제 일상화
부산시, 자동 안내 챗봇도 개발

부산시가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상품 구매 확대 종합대책 보고회를 개최하고 역내 공공구매를 높이기 위한 각 기관의 추진계획을 공유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상품 구매 확대 종합대책 보고회를 개최하고 역내 공공구매를 높이기 위한 각 기관의 추진계획을 공유했다. 부산시 제공

공공계약을 통해 배분되는 공공재정이 지역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배경에는 ‘안 사도 되는’ 제도와 ‘사던 대로 사는’ 관행이 있다. 지역업체는 부산시의 ‘지역상품 구매 확대 사업’이 제도 개선과 더불어 공공기관의 인식을 전환하는 첫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형 공사와 전문 기술용역이 주범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상품 구매 확대를 위해 지난해 조달청 데이터를 분석해 부산 지역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올해 실적을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결과를 보면 대형 공사의 지역업체 소외와 IT·엔지니어링 용역의 수도권 쏠림이 드러난다.

공사 분야에서 국가·정부 공공기관의 지난해 전체 발주액 중 부산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18.5%(3325억 원)를 차지했고, 300억 원 이상 대형 공사에서는 6.8%(853억 원)까지 내려갔다. 부산시와 구·군, 부산시교육청 등 지방 공공기관의 100억 원 미만 공사에서는 지역기업이 93.9%(1조 3806억 원)를 가져간 것과 대비된다. 가장 큰 차이는 지역제한경쟁 입찰과 지역의무 공동도급 같은 지역업체 보호제도 적용이다. 종합공사의 경우 보호제도 적용 기준 금액은 국가계약법 대상 기관은 88억 원 미만, 지방계약법 대상 기관은 100억 원 미만이다. 특히 300억 원 이상 공사의 기술형 입찰에서는 지역업체 참여 가점이 없어 대형 건설사가 수주를 독식하는 구조다. 1239억 원대 부산지방합동청사 신축 공사 계약에서 지역업체 수주가 0%일 수 있었던 이유다. 88억 원 미만 공사라도 과거에 한 묶음으로 착수된 장기계속계약은 지역업체 신규 진입이 어렵다.

용역 분야에서는 업종별 편중이 뚜렷했다. IT는 75%(1503억 원), 엔지니어링은 62.5%(5076억 원)를 역외 업체가 수주해 고부가가치 전문 기술용역의 유출이 심각했다. 올해 사례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업지원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159억 원)과 부산도시공사의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건립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145억 원 중 116억 원) 등이 이렇게 지역 외 업체로 흘러갔다.

물품 분야의 경우 지역에 제조 기반이 전혀 없는 IT·엔지니어링, 특수장비 산업군이 있지만, 문제는 지역업체가 있는데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역외 구매다. 부산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올해 조달청 종합쇼핑몰 유출금액 2위와 6위를 기록한 데스크톱컴퓨터(101억 원)와 노트북(43억 원)은 지역에 공급업체 87개, 24개가 있는데도 각각 계약 금액의 96.5%, 100%가 역외로 유출됐다.

■제도 개선 실효성 열쇠는 인식 전환

부산시는 적극적인 협의와 정책 추진을 통해 지역제한입찰을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다. 국가가 발주하는 장기계속계약을 공구·공정별로 분할 발주하거나 공공 IT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사업 용역을 ‘공사’로 발주하도록 하는 식이다. 대형 IT 사업은 지역업체 지분 참여를 포함한 공동수급 의무화를 추진한다.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지역 전문분야 우수 용역업체와 주요 유출 물품의 공급업체 정보를 제공하고, 발주 계획 단계부터 지역제한입찰이 가능한 사업을 자동 탐지해 각 기관에 안내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도 주목을 받는다. 기술형 입찰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와 낙찰자 평가에 각각 지역업체 참여 배점제와 가점제를 신설하고, 지방공사의 지역제한경쟁 입찰 허용 금액을 공기업·준정부기관과 지자체 모두 150억 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시행됐거나 조만간 시행된다.

지역업체는 제도와 정책이 실질적인 구매 확대로 이어지려면 공공기관의 구매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관의 구매 실무 담당자들이 조건에 맞는 업체 찾기에 그치기보다 지역업체 참여를 늘리기 위해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부산콘텐츠산업총연합회 이명근 회장은 부산시 회의에서 “IT 대기업도 모두 부산에 총판이나 대리점이 있는데, 입찰에서 지역 소재 업체를 우대하는 조건만 있다면 똑같은 물품을 취급하는 수도권 업체들이 공공계약을 다 가져가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맑은물산업진흥협회 황소용 회장도 “설계용역부터 수도권 업체가 가져가면 이후 입찰도 가까운 기업 제품 사양을 반영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설비를 갖춘 지역업체가 있어도 입찰에 참여조차 못 하고 하청 기업으로 전락해 이익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주무관급 실무자들이 감사 걱정 없이 지방 지명경쟁 입찰 등 방식으로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현장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에 더해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들을 위한 자동 안내 챗봇 서비스도 개발해 곧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챗봇에 계약 내용을 올리면 각종 관련 법령과 예규·규칙 등을 토대로 지역업체 보호제도 적용 가능 여부를 안내하고 지역업체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며 “구매 담당자들의 감사 우려를 덜고 지역상품 구매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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