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론조사?” 선거 앞두고 쏟아지는 전화에 부산시민 피로감 호소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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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 전화 폭증” 여론조사 피로감
반복 전화, 타 지역 조사에 불편·불신도
조사기관, 낮은 응답률에 ‘수차례 시도’
발신횟수 제한 등 제도 보완 필요성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이어 걸려온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통화 기록 화면. 독자 제공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이어 걸려온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통화 기록 화면. 독자 제공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서 모 씨는 최근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여론조사 전화를 차단한 뒤 통화기록을 확인하고 놀랐다. 동일한 번호로 주말 하루에만 5차례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서 씨는 “낯익은 번호로 계속 오는구나 싶어서 차단했는데, 하루에 다섯 번이나 온 걸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전화와 선거 후보자의 홍보 전화가 급증하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전화에 업무와 일상이 방해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여론조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부산시민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무분별하게 온다”며 피로감을 보였다. 30대 이 모 씨는 업무 중이나 이동 중에도 반복되는 전화로 일상이 방해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여론조사 전화와 후보 홍보 전화가 섞여서 오는데, 개인 번호로 걸려오는 ARS(자동응답) 전화도 있었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반복되니 피로감이 크다”고 말했다.

불편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늦은 시간에도 전화가 이어진다는 불만과 함께 거주지역과 다른 지역구 여론조사까지 받는 사례도 나온다. 30대 임 모 씨는 “동래구에 사는데 사상구 관련 여론조사 전화까지 오는 걸 보면 신뢰성이 얼마나 담보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여론조사가 공무원 사무실 전화로도 와?” “소방서 비상용 동보시스템 전화로도 온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편이 확산하면서 X(옛 트위터)에는 통신사별 여론조사 수신거부 방법을 공유하는 글도 잇따른다.

X(옛 트위터)에는 통신사별 여론조사 수신거부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공유된다. SNS 캡처 X(옛 트위터)에는 통신사별 여론조사 수신거부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공유된다. SNS 캡처

여론조사 전화가 반복, 집중되는 이유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를 구매해 조사를 진행한다. 여러 기관이 응답률 확보를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면 동일한 번호에 연락이 반복될 수 있다. 최근에는 여론조사 수신 거부자가 늘어나 수신을 차단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전화가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

현재 동일 대상에 대한 연락 횟수나 조사 빈도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관련 불편에 대한 별도 대책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화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도 반복 통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평균 응답률은 10~20% 수준에 그치고, 통화를 수락해도 끝까지 응답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기관은 유의미한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수 배 이상의 통화를 시도해야 한다.

휴대전화로 받는 여론조사 전화는 올해 들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신뢰성을 위해 무선전화 비중을 높이라는 선관위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선관위는 유선전화 보급률 저하와 지역별 편차 등을 고려해 권고 무선응답 비율을 60%에서 70%로 높였다.

전문가들은 유권자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여론조사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가상번호를 제공할 때 동일번호에 대한 발신횟수를 제한하거나 중복 조사, 심야 시간대 조사 제한 등 보다 세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현실적으로 손볼 수 있는 부분은 동일 번호에 대한 발신 횟수 제한”이라며 “과도한 조사 전화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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