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글로벌 부산의 만남은 필연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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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완전체로 돌아왔다. 드디어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더 컴백 라이브: 아리랑’의 막이 오른다. 공연명은 20일 공개한 정규 5집 앨범 ‘아리랑’에서 따왔다. BTS는 K팝을 글로벌 주류로 이끈 월드 스타다. 3년 9개월 만에 일곱 멤버가 완전체로 귀환해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현대 팝 음악의 역사적 장면이다. 전석 무료인 공연 객석은 2만 2000여 석이지만 광화문 일대에는 전 세계 BTS 팬인 ‘아미’(ARMY)를 비롯해 최대 26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이날 공연을 190개국에 단독 생중계한다. 넷플릭스가 특정 가수의 단독 콘서트를 단독 중계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무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무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준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준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 광화문과 K컬처가 만드는 서사

BTS는 21일 공연 당일 경복궁 내부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을 거쳐 광화문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해태(해치)상이 자리한 월대를 지나 길 건너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무대로 향할 전망이다. 월대는 조선 시대 국가 중요 행사가 있을 때 왕과 백성이 소통했던 장소다. ‘근정문→흥례문→광화문→월대’로 이어지는 길은 ‘왕의 길’로도 불렸다. 1866년 만들어진 광화문 월대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전차 선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사라졌다가 2023년 광화문 현판과 함께 복원됐다. 스탠딩석과 지정석은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 등이 있는 무대 남쪽 방향에 설치되며 시청역 인근까지 늘어선다.

이번에 주목할 부분은 ‘광화문’이라는 공연의 장소성이다. 600년 역사를 품은 경복궁과 현대적인 빌딩 숲이 공존하는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아리랑’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왕의 길’을 따라 무대에 오르는 퍼포먼스는 한국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전통 건축의 미를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드러낼 것이다. 600년 조선 왕조의 서사와 21세기 대중문화의 서사가 하나로 결합하며 더 묵직한 임팩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문화 혼종성의 관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서양 팝 음악에 뿌리를 둔 K팝과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광화문, 경복궁이라는 전통 공간의 조합이 독특한 문화적 긴장과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문화 요소의 충돌과 융합은 고품격 콘텐츠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BTS는 과거에도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 의상, 전통 부채춤을 현대 안무에 접목한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으로 북촌한옥마을, 낙산공원 등은 이미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잡았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서울을 거대한 K컬처 체험 공간으로 바꿔 놓은 셈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광화문이 K팝의 글로벌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마치 영국 런던 북부의 ‘애비로드’처럼 말이다. 이곳은 비틀스라는 이름과 함께 전 세계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장소다. 1969년 자신들의 마지막 앨범을 녹음한 비틀스는 스튜디오 바로 앞 애비로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진을 앨범 커버 이미지로 사용했다. 이 앨범의 재킷 사진은 수많은 영화와 문화 콘텐츠의 오마주 대상이 됐으며, 팝 역사의 중요한 상징물이다. 2010년 영국의 중요 문화재로도 지정된 애비로드는 문화적 의미까지 부각되면서 런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이로 인해 애비로드는 전 세계 음악 팬이 순례하는 성지가 됐다.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공연장 부근 한 편의점에 라면 판매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공연장 부근 한 편의점에 라면 판매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인근에서 팬들이 관련 홍보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인근에서 팬들이 관련 홍보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공연장 일대 ‘BTS노믹스’

BTS는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쇼를 연 뒤 4월부터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4월 9~12일 고양종합운동장 공연, 6월 12~13일 부산 공연을 포함해 일본 도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쳐 투어를 진행한다. 콘서트 개최지마다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낳는 이른바 ‘BTS노믹스’(BTS+이코노믹스)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2년 BTS의 국내 콘서트 1회당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최대 1조 2207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콘서트 티켓 판매액, 외래 관광객의 관광 소비 지출, 교통비, 숙박비 등을 종합해 경제적 효과를 산출했다.

이번 BTS 컴백은 미국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테일러노믹스’에 견줄만한 수준이란 평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과 음반, 마케팅 등으로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BTS에 팬덤 아미가 있다면 스위프트에게는 팬덤 ‘스위프티’가 있다. 이들은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찾아가고 이를 위한 호텔 숙박과 굿즈(기획 상품) 구매 등을 아끼지 않는다. 아미는 스위프티와 충성도, 연령층, 소비 의향 등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기꺼이 참석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미의 열정과 헌신의 정도가 스위프티보다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은 이미 ‘BTS노믹스’로 들썩이고 있다. 공연 당일 서울 도심 호텔은 객실이 동나고 백화점, 면세점은 외국인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광화문 대형 전광판은 기업뿐 아니라 BTS 팬클럽인 ‘아미’(ARMY)까지 가세해 광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 차례로 공연이 열리는 경기 고양, 부산까지 ‘BTS노믹스’ 온기가 이미 퍼지는 중이다.


BTS가 2022년 10월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을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BTS가 2022년 10월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을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 부산, BTS 성지 생기나

부산은 BTS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도시다. 멤버 7명 중 지민과 정국 2명이 부산 출신이다. 지민은 금정구 회동초등학교와 윤산중학교 출신이다. 정국은 북구 백양초등학교와 백양중학교를 다녔다.

BTS는 2022년 10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을 개최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이 공연 현장에는 5만 명이 몰렸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 주차장에 마련된 ‘라이브 플레이’로 1만 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월드 투어의 한국 공연에 부산이 비수도권에선 유일하게 들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6월 BTS 부산 콘서트를 앞두고 부산 서구 아미동을 BTS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팬덤 ‘아미’(ARMY)와 이름이 같은 아미동을 BTS의 ‘성지’로 만들자는 취지다. 김병근 서구의원은 ‘아미(ARMY)가 아미에 오다’ 캠페인 추진을 제안하고 나섰다. 서울이 BTS 복귀에 맞춰 도심 전시 공간과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듯이 아미동에 포토 존과 팝업스토어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아미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멤버 지민은 올 1월 아미동 등 서구 13개 동에 라면 200박스를 기부하며 인연을 맺었다.

과거 멤버들이 방문했던 부산 여행지를 중심으로 한 ‘BTS 순례 코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는 멤버 뷔가 산책하며 사진을 촬영한 장소를 중심으로 인증샷 공간이 조성돼 있다. 또 RM이 방문한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도 주요 코스로 꼽힌다. 이 공간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우환이 입지 선정부터 건축 기본 설계와 디자인까지 참여했다. 지민의 부모가 운영하는 부산 남구의 한 카페도 전 세계 아미들의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 해당 카페에는 각국 팬들이 보낸 편지와 선물, 트로피 등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364만 명을 넘었다. ‘글로벌 도시 부산’의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부산시는 올해 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고 이를 위해 체험형 관광 상품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 세계에 엄청한 영향력을 지닌 글로벌 아티스트 BTS를 테마로 한 성지 순례 코스를 만든다면 많은 아미들이 찾을 것이다. BTS와 글로벌 부산의 만남은 필연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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